달걀·닭고기 모두 ‘공급 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닭고기 값은 일주일 만에 20% 가까이 올랐고, 소규모 슈퍼마켓 등 일선 소매점에서 파는 달걀 값 역시 1판(30알)당 1만원을 넘어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지난 18일 백숙용 생닭(1kg)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이마트는 5980원에서 6980원으로, 롯데마트도 5900원에서 6900원으로 가격을 1000원(17%)씩 올렸다. 홈플러스 역시 5790원에서 5990원으로 200원(3.5%) 인상했다.

닭고기 값 인상은 육계(식용 닭) 산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육계(1kg) 산지 가격은 2534원으로 지난달보다 21.2%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1256원)과 비교하면 1년새 값이 2배 넘게 뛰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생닭 판매점.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살처분된 육계가 많아 공급량이 부족하다”며 “닭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있어 도매상들이 시장에 풀리는 달걀들을 서로 사들이려다보니 가격이 오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 ‘삼계탕 성수기 코 앞인데’…3787만마리 살처분 여파 여전해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로 인해 국내 946개 농가에서 모두 3787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알을 낳는 산란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육계와 오리 농가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당분간 닭고기 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날이 더워지면서 여름철 보양식으로 꼽히는 삼계탕을 찾는 소비자는 점점 늘고 있다. 올해는 5월 초부터 서울 기온이 30도를 웃돌 정도로 혹독한 더위가 예상돼 여느해보다 삼계탕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닭을 대신할 보양식인 오리 역시 AI 살처분 여파로 값이 뛴 탓에 대안도 마땅치 않다.

AI가 잠잠해진 이후 한동안 안정을 찾아가던 달걀 값도 다시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3일 기준 달걀 1판 평균 소비자 가격은 8040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7761원)보다 279원(3.6%), 1년 전(5327원)보다는 2713원(50.9%) 비싼 가격이다.

달걀 값은 지난해 11월 AI 발생 이후 한때 1판 가격이 1만원대를 넘겼다가 미국산 달걀이 수입되면서 차츰 하락해 7000원대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지난 4월 ‘달걀 성수기’ 부활절과 소풍 시즌이 겹치면서 수요가 급증해 다시 가격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 서울 수도권 동네 슈퍼마켓에는 1판 1만원대 달걀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 22일 서울 시내 소규모 슈퍼마켓에서 달걀 1판을 1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고 있다.

정부는 올 들어 AI 여파를 잠재우기 위해 달걀 운송비를 지원하고, 정부가 비축해뒀던 달걀 물량을 확대 공급했다. 하지만 AI 청정구역으로 분류됐던 미국 동부 테네시주(州)에서 H7형 AI가 발생하면서 미국산 달걀은 지난 3월 이후 수입이 끊겼다.

정부는 미국을 대신해 태국·호주 등지에서 달걀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축산업계에 ‘미국산 달걀을 수입한 유통업체들이 장거리 수송에 따른 비용 문제 등으로 생각만큼 이윤을 보지 못했다’는 소문이 퍼진 탓에 수입 계란을 들여오려는 업체가 드문 실정이다.

◆ 정부, 달걀 매점매석 단속 나서…“너무 비싸면 시장서 외면”

정부는 달걀 추가 수입에 앞서 매점매석 단속에 나섰다. 달걀 값을 좌우하는 일부 도매상이 매입한 달걀을 제때 풀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달걀 가운데 3분의 2는 전국 2400여개 수집 판매상(도매상)의 손을 거친다. 농장에서 닭이 낳은 달걀을 수집 판매상들이 각자 사들인 후 대형매장·백화점·재래시장· 음식점 등에 공급하는 구조다.

산란계 농장은 닭이 매일같이 낳는 달걀을 창고에 쌓아놓을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수집 판매상이 제시하는 가격에 달걀을 넘긴다. 수집 판매상들은 이렇게 사들인 달걀을 창고에 쌓아놓고 방출 물량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경우가 잦다.

지인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계란 부족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앞으로 더 오르겠지’라는 기대 심리 때문에 일부 판매상은 판매 시기를 조정하거나, 사재기를 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며 “계란이 아무리 생활 필수재지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