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사내 비정규직 인력을 1년 전보다 50%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확인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올 1분기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비정규직 근로자(기간제 근로자)는 68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368명보다 약 50%(683명) 줄어든 수치다. 2년 전인 2015년 1분기와 비교하면 약 75%(1942명)가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측은 단기 계약직 채용 비중을 낮추고 필요한 인력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 ‘비정규직 축소’가 화두가 된 만큼, 새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 사전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다면,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의 비정규직 감축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서울 서초사옥을 드나들고 있다.

삼성전자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5년 1분기 2627명에 달했으나, 2015년 4분기에 1246명까지 줄었다. 이후 2016년 1분기에 1368명으로 소폭 상승한 후 가파르게 감소해, 올 1분기 685명까지 떨어졌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전체 직원 수(9만4283명)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는 0.7%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 1분기에는 전체 직원 수(9만9927명)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는 2.6%였으며 2016년 1분기에는 전체 직원 수(9만7149명)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는 1.4%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전반적으로 꼭 필요한 인력에 대해선 정규직으로 채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무 기간이 끝나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수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줄인 배경에는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가장 유력한 대통령 당선 후보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비정규직 문제’와 ‘일자리 창출'을 화두로 밀었던 만큼 삼성전자가 간접적으로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후 인천공항공사 등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 축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SK브로드밴드(SKB)는 인터넷·IPTV의 설치와 수리를 담당하는 하청 대리점 직원 5200여명을 자회사를 세워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SKB 이외에 다른 LG유플러스, 롯데, 은행 등 민간 기업도 정규직 전환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등 비정규직 제로 물결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간부문 비정규직 대책으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함께 가져가겠다”고도 해, 앞으로 전자업계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는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최근 2년 간 기간제 근로자와, 전체 직원 수 대비 기간제 근로자 비율

이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 비정규직 644만명 중 공공부문은 12만명에 불과해 민간부문이 더 중요하다”며 민간부문 비정규직 인원 감축을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각 회사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실태 조사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비정규직 상한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자업계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적은 편에 속하는데, 적게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마저 억지로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기가 어렵다"며 “인건비 부담 등 현실적인 제약도 따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