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ADAS는 반도체 기업에 무한한 기회"

‘반도체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가 자율주행 부품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센서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커넥티비티(연결) 등 다양한 반도체 부품을 만들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자율 주행 시장에 재빠르게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ST는 2016년 기준 연매출이 69억7000만달러(7조7960억원)에 달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다.

5월 18일 만난 마르코 카시스(Marco Cassis) ST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은 “ST는 지난해 스마트 드라이빙 사업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그중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면서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스마트 드라이빙(주행), 스마트 공장, 스마트 도시, 스마트 홈 구현하는 데 필요한 각종 반도체 부품을 만들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드라이빙 시장은 5세대(G)통신과 클라우드의 발전이 본격화되는 2020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면서 “이스라엘 ADAS 업체인 모빌아이(Mobileye)와 협력해 2020년을 목표로 완전자율주행(FAD·Fully Autonomous Driving) 차량 개발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모빌아이는 인텔이 153억달러(한화 17조220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은 업체다. ST와 모빌아이는 지난 2005년 1세대 자율주행 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올해 4세대 제품까지 10년 넘게 협력하고 있다. 모빌아이는 카메라와 컴퓨터를 이용해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머신비전(Machine Vision) 기술에 ST에 시스템온칩(SoC) 기술을 사용해 왔다.

마르코 카시스(Marco Cassis) ST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이 18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ST 자동차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ST는 지난해 6월 모빌아이와 머신 비전 5세대 제품인 EyeQ5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EyeQ5는 4세대인 EyeQ4에 비해 8배 기능이 개선되며, 엔지니어링 샘플은 2018년 1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ST는 EyeQ5가 최고 수준의 자동차 표준에 부합하는 품질 프로세스를 충족할 수 있도록 ST의 SoC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다음은 마르코 카시스 사장과의 일문일답.

― 스마트 드라이빙과 사물인터넷(IoT)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ST는 1년 전 스마트 드라이빙과 IoT에 주력하자고 결정했다. ST가 구성하는 포트폴리오와 맞아 떨어 졌기 때문이다. ST는 센서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커넥티비티 등에서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 전략 관리 분야 제품도 구비하고 있다.”

― 스마트 드라이빙 시장 전망은.

“자동차에 클라우드와 데이터가 연결되고 5G 시대가 열리면 이같은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환경이 주요해지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전기차는 전체 생산되는 차량 중 6%를 차지했고, 오는 2021년에는 12.2%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은 ST에 큰 기회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수는 일반 차량 한 대당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수보다 약 3배 이상 많다. 전기차에는 효율적인 메인 인버터, 차량탑재용 또는 외부 고속충전 기술, 배터리 관리에 관련된 부품이 필요한데, ST가 이 부분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과거의 기계로 인식됐던 자동차가 이제는 반도체 집합체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 자율주행이나 ADAS 관련해서 ST가 집중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이 있나.

“자동차가 현재 4G와 LTE, 클라우드에 연결되면서 다양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제 ADAS를 이용해 주차 공간이 있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고, 클라우드에 자동차 관련 정보를 보내서 공유할 수도 있으며 현재 도로 교통 상황도 알 수 있다. 자동차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사용자가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혁명과 같다

이같은 현상은 ADAS와 스마트 드라이빙 관련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기회로 이어진다. ADAS의 이미지 센서를 활용해 자동차가 주변 차량과 상호작용하는 V2V(Vehicle to Vehicle)와 모든 것과 상호작용하는 V2X(Vehicle to Everything)의 상용화도 앞당길 수 있다. 폴크스바겐도 2019년에 V2X를 탑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V2V, V2X 시장은 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ST는 이에 발맞춰  협력사인 오토톡스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ST가 다른 경쟁 반도체 업체와 구별되는 장점은 무엇인가.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보수적인 시장이다. 파트너십과 질, 비용이 중요하다. ST는 30년간 자동차 반도체를 해온 만큼,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ST 전체 매출 중 자동차 관련 매출이 32%를 차지한다. 또 ST가 생산과 제조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 동일본 지진 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품을 수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ST는 자체 공장을 운영해서 부품을 생산했기 때문에 수급에 문제가 없었다. 연구개발(R&D)도 늘리고 있다.”

― ST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얼마나 관심있나.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 관심 있는 시장이다. ST는 아시아에서 모바일부터 스마트 드라이빙, 스마트 공장 등 넓은 범위에 걸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출하된 제품의 매출 비중은 전 세계의 5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T와 거래하는 ‘톱 20’ 업체가 있는데, 이번에 중국의 화웨이와 오포가 새롭게 순위에 진입했다.”

― 아시아 자동차 반도체 시장 전망과 사업전략은.

“큰 규모의 시장이자 기회의 시장이라고 본다. 아시아도 전기차와 그린카 등 스마트 드라이빙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ST는 아시아 지역에서 현지 직원을 통해 현지 기업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한국에 있는 ST 고객사는 최첨단을 달리는 굴지의 기업이 많다. 5G가 확충된다면 한국 기업의 역량이 한 층 강화된다고 본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정책을 펴고 차량에 신에너지를 탑재하는 것에 속도를 내고 있다. ST는 중국에서도 현지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