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자동차로 40분쯤 달려 도착한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내 걸포3도시개발구역. GS건설이 짓는 '한강메트로자이' 현장은 터 닦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빨강·노랑·파랑 등 색색의 깃발로 아파트 동(棟) 위치를 구분한 공사장 뒤쪽으로 숲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들이 보였다. GS건설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열지도 않았는데 하루 평균 1000통 이상의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인근 H공인중개사 담당자는 "한강신도시 내 전용면적 84㎡ 아파트 시세가 작년 말 3억원 후반이었는데, 최근엔 4억원을 훌쩍 넘는다"며 "전철 개통 등 호재가 많아 친한 집주인들에겐 '더 오를 테니 팔지 마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汚名)을 썼던 경기도 김포·고양·파주 등 수도권 서북부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철 등 대중교통망이 확충돼 서울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또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일자리가 늘면서 '직주근접(職住近接·주거지와 직장이 가까움)' 장점이 부각, 주택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포도시철도·GTX 등 교통 호재

최근 경기도 김포·고양·파주 일대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교통 호재다. 김포엔 2018년 11월 김포도시철도가 완공된다. 여의도까지 30분대에 닿을 수 있다. 고양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킨텍스역이 들어설 주변 지역이 주목받는다. 예정대로 2023년 GTX가 개통하면 기존 지하철 3호선(주엽역 기준)으로 1시간18분 걸리던 서울 강남구 삼성역까지 이동 시간이 17분으로 단축된다. 파주도 작년 6월 GTX 3호선 파주 연장안이 확정됐다.

이런 호재 속에 내 집 마련 수요가 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줄고 있다. 2015년 12월 2708가구에 달했던 김포 미분양 물량은 올해 3월 88가구로 줄었다. 고양·파주도 마찬가지다. 각각 1178가구, 4286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은 같은 기간 439가구, 19가구로 감소했다.

GS건설이 이달 김포시 걸포3도시개발구역에서 분양하는 ‘한강메트로자이’ 부지에서 바라본 김포한강신도시.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섰고, 오른쪽에는 대단지 아파트 공사 현장이 보인다. 한때 미분양이 넘쳐나던 김포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며 미분양이 줄고, 집값이 오르고 있다.

기존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뒷걸음질하던 아파트 매매가가 최근 3년 사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4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김포(12.55%)와 고양(10.36%)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같은 기간 전국 평균치(8.31%)를 훨씬 웃돈다.

신규 청약 시장에도 훈풍(薰風)이 불고 있다. 2014년 0.97대1이던 고양시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9.32대 1까지 치솟았다. 그간 분양 물량이 없던 파주는 작년 3~4월 한 달에 5건도 되지 않은 분양권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 작년 12월부터는 월 100건을 넘어섰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선 지난 3월 분양한 단지형 단독주택 525가구가 나흘 만에 완판(完販)됐다.

산업단지 개발로 '직주근접' 부각

수도권 서북부 아파트 수요자 상당수는 서울 주민이다. 실제로 주말 3000명 이상 인파가 몰린 김포 '한강메트로자이' 사전 홍보관 방문객의 35%는 서울 거주자로 김포 주민(30%)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박희석 분양소장은 "아파트 단지와 연결될 김포도시철도가 내년 개통하면 여의도와 서울역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며 "서울의 비싼 전세금을 감당하기 버거웠던 사람들이 내 집 마련 기회를 잡기 위해 찾아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늘어난 점도 부동산 시장 호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포는 수도권 서북부 최대 산업단지로 조성되는 '김포골드밸리'가 있고, 'LG사이언스파크' 등 33개 대기업과 관계사가 입주하는 서울 마곡지구가 가깝다. 그밖에 일산 테크노밸리, 파주 LCD단지 등 산업단지들이 배후 수요지로 자리 잡으면서 집값 상승세를 거들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김포는 지금도 서울 전세금 수준이면 내 집을 살 수 있고, 주변 도심으로 이동 시간이 단축되면서 주거지로서 매력이 커졌다"며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