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무서울 게 없던 블랙홀(black hole)이 은하의 중심에서 튕겨 나오는 현상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은하의 중심으로 알고 있었지만 블랙홀의 위치가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은하의 진화 과정이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훨씬 다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의 김동찬 박사는 17일 "허블우주망원경과 찬드라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통해 두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생긴 초대형 블랙홀이 은하의 중심에서 튕겨 나온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39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은하를 찍은 사진에서 두 개의 밝은 점을 확인했다. 하나는 은하의 중심에 있고 다른 쪽은 은하 중심에서 3000광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찬드라 망원경 영상에서 X선이 나오는 곳도 허블 영상처럼 은하 중심에서 떨어져 있었다.

블랙홀(오른쪽)이 은하 중심에서 튕겨 나오는 상상도.

블랙홀에 물질이 빨려 들어가면 마찰력에 의해 엄청난 열이 발생하면서 X선이 나온다. 즉 두 영상은 주변에 많은 별을 거느리고 X선을 내는 블랙홀이 은하 중심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약 1600만 배인 초대형 블랙홀이었다.

김 박사는 "두 블랙홀이 합쳐지면 은하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예측한 것을 실제로 확인했다"며 "두 은하가 충돌하면서 나온 중력파가 한쪽으로 치우쳐 분출되면서 그 반대쪽으로 블랙홀이 튕겨 나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블랙홀들이 하나로 합쳐질 때 시공간을 뒤트는 중력파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5년 과학자들은 블랙홀 충돌에 나온 중력파를 처음으로 검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김동찬 박사는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이며,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의 윤일상 박사, 하와이 스바루천문대의 김지훈 박사도 공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