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개월 차에 접어든 A씨는 얼마 전 말로만 듣던 임신 빈혈을 경험하고 깜짝 놀랐다. 평소와 다름없이 집 앞 공원을 산책하던 A씨는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눈앞이 뿌옇게 변하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귀에서는 ‘삐’ 소리도 났다. 이러다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겁이 덜컥 나는 순간이었다.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A씨처럼 임신 중기에 들어서면 빈혈을 겪는 산모가 적지 않다. 임신 중반기에는 혈액의 양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 때 혈액 속 유형성분인 적혈구 등은 그대로인 채 액체만 증가해 피가 묽어지기 때문이다. 태아가 혈액을 만들기 위해 엄마의 핏속에서 철분을 가져가는 것 또한 임신 중기 빈혈의 원인이 된다.

임신 빈혈은 호흡곤란, 어지러움, 쇠약감, 창백한 피부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임신하면 원래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임산부뿐만 아니라 태아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분만 시 과다 출혈로 태아의 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고, 나중에 영아 빈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임산부들, 특히 임신 12주 이후 산모들은 세심한 ‘피 관리’가 필요하다. 늘어나는 혈액량에 맞춰 적혈구가 부족하지 않도록 철분제를 복용해야 한다. 철분은 적혈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임산부들은 입덧이 끝난 이후부터 출산 후 1개월까지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산부 철분제는 체질에 따라 구역질이나 변비 등의 부작용 증상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제품을 고를 땐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산부가 먹는 철분 영양제는 자연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했는지, 기타 사용된 첨가물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아울러 임산부 영양제는 알약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부형제가 없는 것으로 골라야 좋다. 화학부형제는 비타민 원료를 알약으로 뭉칠 때 기계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고 모양을 일정하게 만들어주는 활택제, 결합제 등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것이 이산화규소, 스테아린산마그네슘,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HPMC) 등이다.

화학부형제 없는 종합비타민 브랜드 뉴트리코어에 따르면, 화학부형제는 제품에 일정한 형태를 부여하고 먹기 쉽도록 해 주지만 건강에 이로운 점은 없다. 특히 이산화규소의 경우 미국 국립 독성계획단(NTP)과 국제 발암성 연구소(IARC)가 장기 노출 시 발암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한편, 철분제를 복용할 땐 비타민C를 함께 섭취하면 체내 철분 흡수를 도울 수 있다. 반대로 녹차나 홍차, 커피 등에는 철의 흡수를 방해하는 타닌 성분이 들어 있다. 임산부 철분제를 복용할 때는 커피는 물론 녹차, 홍차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