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형강(H 모양 건설용 철강재) 수입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H형강은 중국산 제품에 반(反)덤핑 관세가 부과되는 유일한 철강 제품인데, 반덤핑 효과가 무색할 정도로 수입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1위 철강회사인 포스코의 베트남산 H형강 수입량이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혀 다른 철강회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H형강 총 수입량은 29만8846t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중국산 H형강 수입량은 49% 증가했는데, 베트남산은 348%나 증가했다. 전량(全量) 포스코 베트남 계열사인 포스코에스에스비나 제품이다. 국내산 H형강의 판매 가격은 t당 70만원. 하지만 중국산은 65만원, 베트남산은 66만원 선이다. 올해 예상되는 H형강 수입량은 약 120만t. 철강업계에서는 이 중 포스코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H형강이 20%(25만t) 이상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포스코는 베트남 철강 시장 개척과 동남아 시장 교두보 확보를 위해 베트남 남부에 연산 100만t 규모 전기로(電氣爐) 공장을 지었다. 6억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해 2014년 완공했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동남아 판매가 부진하자 생산 물량의 상당 부분을 국내로 돌리고 있다. 한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로 간신히 중국산 H형강의 공세를 막았더니, 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의 베트남산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격"이라며 "자칫 중국 정부가 포스코의 베트남산 H형강의 국내 물량을 문제 삼아 중국산에 대한 반덤핑 조치 철회를 요구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철강업계의 반발에 포스코 측은 "우리는 작년 하반기부터 베트남산 H형강의 국내 수입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베트남 제품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내 철강 유통 업체들이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