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자동차 업계 사상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강제리콜 명령을 받았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내린 결함 차량에 대한 자발적 리콜 요구를 거부한 뒤 청문을 진행한 결과 국토부 조치가 모두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강제리콜 명령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내부제보자가 제출한 나머지 결함 의심 사항들에 대해서도 추가조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제 리콜 결정으로 현대·기아차는 30일 동안 해당 차량 소유자에게 리콜 대상 통지를 실시한다. 현대·기아차로부터 연락 받은 차량의 소유주는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차량을 수리할 수 있다.

◆ 청문 결과 5건 결함 모두 “리콜조치 타당” 결론…업계 첫 강제리콜

국토부는 지난 8일 실시한 현대·기아차의 품질결함 5건에 대한 청문 결과 리콜 조치가 모두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당초 결정대로 5건의 결함에 대해 현대·기아차에 12일자로 리콜 처분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체가 국토부의 강제리콜 명령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가 업계 최초로 정부로부터 결함 차량에 대한 강제리콜 명령을 받게 됐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전경

이번에 리콜 처분된 5개 결함은 ▲아반떼(MD)와 i30(GD) 차량의 진공파이프 손상 ▲모하비(HM) 차량의 허브너트 풀림 ▲제네시스(BH), 에쿠스(VI) 차량의 캐니스터 통기저항 과다 ▲쏘나타(LF), 쏘나타 하이브리드(LF HEV), 제네시스(DH) 차량의 주차브레이크 작동등 미점등 ▲쏘렌토(XM), 투싼(LM), 싼타페(CM), 스포티지(SL), 카니발(VQ) 차량의 R엔진 연료호스 손상이다. 리콜대상 차량은 총 12개 차종, 23만8000여대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는 시정명령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5일 안에 국토부에 결함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리콜 계획에 대한 신문 공고와 함께 해당 차량 소유자에 대한 우편 통지를 30일 안에 해야 한다.

당초 국토부는 5건의 결함에 대해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기술조사 등을 거쳐 운전운행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지난 3월 29일(4건)과 4월 21일(1건) 현대·기아차에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토부 권고에 대해 현대·기아차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8일 리콜 조치의 적정성 여부를 가리는 청문을 진행했다.

조무영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현대·기아차는 청문에서도 5건의 결함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조사내용을 뒤집을 만한 의견은 제시하지 못해 결국 당초 결정 그대로 리콜 처분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 엎친데 덮친 현대·기아차국토부,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도 의뢰

지난 8일 청문에서 5건의 리콜처분 모두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데 대해 현대·기아차 측도 청문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허브너트 풀림 결함이 발견된 기아차 모하비

국토부는 또 이번에 리콜 처분된 5개 사안에 대해 결함 은폐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찰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결함이 현대·기아차 내부에서 최초로 작성된 시점인 지난해 5월과 현대·기아차 내부제보자였던 김광호 부장이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던 9월 30일 사이에 회사 측이 결함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정황이 있어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검찰조사를 의뢰한 데는 그 동안 자발적 리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자동차 업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또 김 부장이 제보한 32건의 결함 의심 사안 중 현대·기아차가 자발적으로 리콜계획서를 제출한 3건과 이번에 강제리콜 명령을 받은 5건을 제외한 나머지 24건에 대한 처리방향도 함께 발표했다.

국토부는 유니버스 클러치 부스터 고정볼트 손상 등 9건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은 아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대·기아차에 공개 무상수리에 나설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또 쏘렌토의 에어백 클락스프링 경고등 점등 등 3건에 대해서는 추가조사 후 리콜 여부를 결정하고 나머지 12건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