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라'는 취임 후 첫 업무 지시를 했다.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 등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이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기치는 박근혜 정부와 같지만 실행 방식은 '정부 주도형'으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 확대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당장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만들기용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문재인의 경제 비전 사람중심 성장경제' 정책 발표를 하면서 "5월 10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재정 증가율도 현재의 연평균 3.5%에서 2배인 연평균 7%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모델인 'J노믹스'는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케인스주의'와 일자리와 가계 소득을 늘려 성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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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는 문 대통령의 이름 영문(Jae-In)의 앞 자인 J를 따와서 '문재인의 경제 정책'이란 뜻으로 만든 말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는 10일 "지금 한국의 시장은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기능이 제 역할을 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가 '마중물'을 붓겠다는 것"이라며 "재정 자원 배분도 과거 정부처럼 기업이나 토목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보육, 교육, 의료, 요양, 안전, 환경 등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일자리·가계소득 늘리기

J노믹스에는 공공 일자리 만들기와 재정 확대 외에도 곳곳에 정부가 주도해서 경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담겨 있다. 가계 소득을 늘리기 위해 올해 시간당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고 청년들에게 구직 촉진 수당을 월 3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매년 13만호씩 확보하겠다고 했다.

J노믹스는 대기업의 갑질을 막고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본다. 김상조 교수는 "과거 경제민주화는 재벌 개혁과 동일시됐지만,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는 일자리 창출과 동일시된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재벌에 대한 과다한 집중을 막고 중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 모두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와 모회사에 적은 지분을 갖고도 계열 자회사에 경영 책임을 묻는 소송을 낼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재정 확대는 미·일 경제 모델과 유사

미국과 일본도 J노믹스와 비슷한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감세 등을 추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 중 '1조달러 인프라 투자' 정책은 케인스주의식 재정 확장 정책으로 해석된다. 작년 11월 트럼프 당선 후 미 다우지수는 15% 가까이 오르고 경제 심리도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후 3개월인 지난 1분기(1~3월) 성장률이 0.7%에 불과해 실제 경제가 나아지는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다.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 중 하나가 적극적인 재정 확대다. 2013년 이후 4년여 재정을 확대하면서 역시 일본도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르고 경제 심리는 좋아졌다. 아베 총리는 엔저로 늘어난 기업 이익을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최저임금도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성장률이 1%대 초반에 머무르면서 아직 저성장에서 탈출했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실패하면 나랏빚만 느는 부작용

J노믹스로 단기적으로 재정을 풀면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마중물'을 푼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면 나랏빚만 늘려 국가 신용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재원 확보도 문제다. 공약집에는 연평균 35조6000억원이 든다고 했지만, 과소 계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 동의를 전제로 증세하겠다"고 했다. 이는 감세 기조인 미국, 일본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0일 "(문재인 정부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국가 채무를 GDP의 45% 이내로 관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선을 넘어가면 위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재정 적자는 GDP 대비 2.4%였고,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비율은 38%를 기록해 아직은 여유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J노믹스는 일자리를 늘리고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제 철학에선 긍정적이나, 예상보다 재정이 많이 들어가거나 재원이 확보되지 않고 일자리·성장마저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면 나랏빚만 늘어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