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재원 규모나 용지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조원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도 발상은 좋지만 재원 조달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약(空約)에 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주장했지만 선거 막판 당장 보유세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주택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공적 임대주택 85만가구 공급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규모 개발이나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부양보다 주거복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을 보면 공적 임대주택을 매년 17만가구씩 5년간 총 85만가구를 공급하기로 돼 있다. 17만가구 중 13만가구는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하고 관리하는 장기 임대주택이고 나머지 4만가구는 민간이 소유하되 공공기관이 토지 장기임대나 주택도시기금, 리모델링비를 지원해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고 임대기간을 장기화하는 공공지원 임대주택이다.

공공임대주택의 30% 수준인 4만가구는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한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사는 신혼부부에게는 우대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공공임대·융자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신혼부부는 결혼 후 2년간 월 10만원을 ‘신혼부부 주거안정 지원금’으로 지원한다.

청년 임대주택 30만가구 공급 계획도 잡혔다. 교통이 편리한 대도시 역세권에 시세보다 낮은 청년 임대주택을 20만가구 확보하고 대학 소유 부지와 인근 지역을 개발해 대학 기숙사 입주 인원도 5만명 늘릴 계획이다. 월 30만원 이하의 쉐어하우스형 청년임대주택 5만가구도 공급한다.

전월세 인상률을 일정 한도 아래로 묶는 전·월세 상한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제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 10조원대 도시재생 뉴딜 사업 추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주목할 또 다른 공약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다. 도시재생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세우는 ‘재건축 또는 재개발’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역사와 문화, 환경, 생태 등을 보존하면서 노후 주거환경을 살 만한 주거지로 바꾸는 것이다.

공공기관 주도로 추진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매년 10조원대 공적 재원을 투입된다. 새 정부는 이미 국토교통부를 통해 세운상가, 낙원상가와 부산 사하구 괴전2동, 수영구 망리동 등 430여개의 도시재생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재생 예산 10조원 중 2조원은 중앙정부재정, 나머지 8조원은 주택도시기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업비로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국가 재정만으로 조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취지는 좋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 보유세 인상 계획 밝혔지만 공약집서 빠져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0.78%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1% 수준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 공약집에서는 빠졌다.

자칫 세율 인상을 기정사실로 했을 경우 받게 될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새 정부는 보유세 인상을 원칙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규제는 강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주택 거래를 살리기 위해 오는 7월 말까지 DTI와 LTV 기준을 완화해 놓은 상태지만, 새 정부가 추가 연장을 하지 않으면 원상 복구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