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은 어떤 포장을 하든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해야 합니다. 금융, 노동, 공공, 교육 개혁은 저(低)성장을 벗어나기 위해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국가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경제를 살릴 어젠다는 어느 나라, 어느 정부라도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해법이 다르지 않다"며 "누가 빨리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결과를 시장에 출현시키느냐에서 국가 경쟁력의 차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 개혁 작업을 총지휘했다. 그는 곧 출범할 새 정부의 과제에 대해“경제를 살릴 어젠다는 어느 나라, 어느 정부라도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해법이 다르지 않다”며“누가 빨리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결과를 시장에 출현시키느냐에서 국가 경쟁력의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2015년 3월 취임한 후 2년여 동안 해묵은 금융 개혁 과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했다. 24년 만의 신규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16년 만의 우리은행 민영화,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뤄온 조선·해운 구조조정…. 그가 손댄 개혁 과제의 목록이다. '반쪽짜리'란 평가도 있었고, '실패작'이란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어려운 과제라고 다음으로 떠넘기지 않고 '해결사'를 자처했다. 그래서 그가 막혔다고 지적하는 곳이 어디인지 다음 정부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 위원장은 "크라우드 펀드 도입이 국회 처리에만 3년 걸렸고, 인터넷은행에 IT(정보기술) 기업 등이 쉽게 지분을 참여하게 하는 법안은 재작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며 "차기 정부가 국가 거버넌스 개편이든, 소통이든, 협치(協治)든 정책을 신속하게 시행할 방법을 찾아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에게 '정부가 바뀌어도 이어갈 정책을 만들 노하우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 이 두 가지만 만족하면 그 정책은 지속 가능해진다"며 "구호만 있거나 새롭게 포장만 한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그 예로 중금리 대출 시장과 서민 금융을 들었다. 그는 "이제까지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분된 대출 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연 10%대 중금리 대출을 만드니 연 20%대 대출을 쓰던 중(中)신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또 "취약 계층은 금융에 익숙하지 않고 시간 여유도 없기 때문에 맞춤형 원스톱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며 "이런 정책들은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차기 정부에선 기존처럼 채권단에 맡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회사채 등 시장성 부채가 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매우 어려워진 만큼 기업 구조조정은 PEF(사모펀드)로 대표되는 시장과 P플랜이라는 초단기 법정관리를 새로 도입한 법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과도기로 대우조선과 같은 대기업 구조조정은 국책은행이 끌어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의 종착역은 '잘 경영할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우조선은 작년과 올해 수주 부진 탓에 2020년 이후 다시 수지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그 위기를 잘 넘길 유능한 주인을 미리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강력한 자구 노력으로 대우조선을 연 매출 7조원 내외의 '작지만 단단한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면 신속하게 M&A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시기는 2018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조조정 일관성을 놓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임 위원장은 "'채권자의 손실 분담'과 '자율조정 실패 때는 법정관리'라는 두 원칙을 흔들리지 않고 지켰다"고 자평했다.

차기 정부의 가계부채 해법에 대해 임 위원장은 "다시 LTV, DTI를 조이고 부채 총량제를 실시한다고 냉탕온탕 오가듯 움직여선 안 된다"며 "고정금리로 처음부터 상환할 수 있는 만큼만 빌리도록 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이끌고 리스크(위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적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고 종합적인 소득창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 기업과 정부는 자금이 남아돌고 가계가 자금이 부족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기업은 일자리를 늘려 가계 소득을 늘려 주고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운용으로 돈을 풀어 가계로 돈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다음 정부에서 다시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럴 일 없을 것 같다"고 손을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