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가 앞으로는 ‘사다도(四多島)’로 불려야 할 것 같다. 최근 미분양이 부쩍 늘고 있어서다.

청약 대열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제주시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하는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됐다. 집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지난해까지 집값 오름폭이 컸던 탓에 한동안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앞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한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에는 HUG로부터 분양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공급 물량을 조정해야 하는 지역에 들게 된 셈이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아파트 단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제주시의 경우 올해 2월 미분양이 355가구였는데 3월말 현재 643가구로 한 달간 80% 이상 급증했다. 제주시의 미분양 증가로 제주도 전체 미분양도 늘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제주도 미분양은 353가구에서 2월 446가구로 늘었고, 3월에는 735가구로 증가했다.

불과 6개월 전 제주시 도남동에서 분양한 ‘해모로 리치힐’은 1순위 최고 212대 1, 평균 13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해 1순위 평균 68.53대 1을 기록하며 부산(99.22대 1) 다음으로 높았던 제주가 이제는 미분양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 됐다.

올해 제주에서 신규 분양한 10개 단지 중 순위 내 마감된 단지는 제주시 애월읍에서 공급된 ‘제주 하귀 코아루 오션뷰’ 하나. 나머지 단지들은 모두 청약 미달됐다.

전국과 제주도 월별 평균 1순위 청약경쟁률.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제주도 평균 1순위 청약경쟁률은 각각 0.12대 1, 0.82대 1를 기록했다. 3월에는 일반 공급 물량에 1순위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고, 4월 1순위 평균 경쟁률은 0.2대 1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대 1에도 못 미친다.

청약 시장 열기가 빠지면서 집값 상승세도 풀이 꺾였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4월까지 0.57% 올랐다. 전국 평균(0.08%)보다 높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42%)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월별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토지 거래와 주택 매매도 줄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토지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었는데, 제주도는 7.2% 감소했다. 제주도 주택 거래량은 올해 1~3월 2933건으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17.8% 줄었고, 지난 5년 같은 기간 평균치와 비교해도 6.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 부동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인 투자 감소를 꼽았다. 지난해 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으로 국내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부동산 투자도 줄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제주에 쏠렸던 내·외국인 투자 수요가 줄었고, 지난해까지 많이 오른 가격 탓에 거래 부담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제주 투자에서 발을 뺀 영향도 크다. 제주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이 사들인 건물은 총 191개에 연면적은 1만6616㎡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건·2만6854㎡)보다 개수는 늘었지만 면적은 40% 가까이 줄었다. 2015년 말 486만㎡이던 서귀포시 중국인 소유 토지도 지난해 말 474만5000㎡로 준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463만9000㎡로 감소했다. 1년 조금 넘는 동안 22만1000㎡가 줄었다.

성산읍 전 지역에서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외지인 토지 매입 제한, 농지 기능 강화 등 제주도청이 지난해부터 내놓은 부동산 투기 대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제주도 주택 시장은 단기적인 조정 수준을 넘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며 “청약 미달이 계속 되는 건 투기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도 줄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제주 부동산 시장에 꼈던 거품이 어느 정도 걷힐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