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1979년 국제대회 출전한 지 38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29일 1부 리그 티켓을 따내자 KB금융의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족집게 후원'이 금융가에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8월부터 아이스하키협회에 대한 후원을 시작했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협회장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사재(私財)를 털다시피 해 근근이 운영되고 있었다.

(왼쪽부터)꿈의 1부 리그에 진출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쇼트트랙 박승희.

KB금융의 지원은 가뭄의 단비가 됐다. 양승준 전무는 "백지선 감독이 영입(2014년 7월)되고 나서, 귀화 선수가 속속 합류할 때였는데 대기업 후원이 메달권 개인 스포츠에 편중된 탓에 후원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일 KB금융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백 감독에게 직접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팀이 귀국하는 인천공항에 화환과 축하 현수막 설치를 지시하는 등 아이스하키팀의 선전을 직접 챙기며 승리를 함께 축하했다.

KB금융이 비인기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 '꿈나무'를 미리 발굴해 후원함으로써 대박을 터트린 역사는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스포츠 마니아인 김진영 현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장이 고교 1학년생이던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발탁해 후원한 것이 처음이었다. 후원 후 한 달 만에 김연아가 그랑프리파이널 우승을 하면서 글로벌 스타로 비상했다. 덕분에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운 KB 광고도 대박을 쳤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던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나는 한 번도 대한민국을 작은 나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는 카피를 단 김연아 선수의 첫 TV 광고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비인기 동계 스포츠의 '숨은 유망주'를 발굴해 함께 성장한다는 KB금융의 전략은 지금까지는 승률 100%다. 2008년 쇼트트랙, 2012년 컬링(여자 대표팀), 2015년 봅슬레이·스켈레톤, 2016년 아이스하키 등을 잇달아 후원했는데 동계 올림픽 '금(金)밭'인 쇼트트랙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KB 후원 이후 모두 놀랍게 성적이 좋아져 주목을 끌었다. 컬링 대표팀은 KB금융 지원 이듬해인 2013년 처음으로 올림픽에 진출했고 지난 2월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는 등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백인 스포츠'로 여겨지던 봅슬레이·스켈레톤도 KB가 후원한 직후 봅슬레이 2인승(乘) 원윤종·서영우 팀이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하더니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는 아시아인 최초로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KB금융의 동계 스포츠 후원이 언제나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익숙지 않은 스포츠가 많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다. 엎드리고 타는 스켈레톤은 가슴에 로고를 붙이면 경기 때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라 가슴에 'KB 금융'을 크게 붙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TV 중계를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안 윤종규 회장과 실무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고 한다. 이후 KB금융은 스켈레톤 경기 때는 회사 로고를 헬멧 앞쪽에 부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