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최근 대만의 마이크로LED 솔루션 기업인 플레이나이트라이드(PlayNitride)를 인수하기 위해 1억5000만달러(한화로 약 1710억원)를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약 3년 전부터 공들여온 마이크로LED 기술이 완성도를 갖추기 시작하자 삼성전자 역시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2일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플레이나이트라이드를 인수해 마이크로LED 기술을 가상현실(VR) 기기를 비롯해 TV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플레이나이트라이드 인수설에 대해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마이크로LED는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이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아온 기술이다. 통상적으로 칩 크기가 5~1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초소형 LED를 말한다. LED 칩 자체를 화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LED로 구현할 수 없는 휘어짐, 깨짐 등을 극복할 수 있다.

초소형 입자를 발광 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퀀텀닷(Quantum Dot)과 비슷하지만, 저전력·소형화·경량화 측면에서는 마이크로LED가 더 낫다는 평가가 많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섬유와 LED가 결합한 스마트 섬유, 인체 부착 및 삽입형 의료기기, 바이오 콘택트렌즈, 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 등 각종 산업군과 융복합이 가능해지는 확장성 측면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실제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와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론적으로는 마이크로LED의 기술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 이상적이지만 비용 측면에서 효용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업계에서 마이크로 LED 원천 기술을 보유한 대형 업체는 애플과 일본의 소니 정도다.

이미 수년 전부터 물밑에서 마이크로LED 기술을 연구개발(R&D) 해온 애플은 지난 2014년 럭스뷰테크놀로지라는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업체를 인수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6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시제품(프로토타입) 개발에 성공해 오는 2018년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웨어러블기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들도 마이크로LED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소니가 상용화한 마이크로 LED를 활용한 상업용 디스플레이 제품인 클레디스(CLEDIS·Crystal LED Integrated Structure)가 마이크로 LED 상용화의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분석했다. 소니에 이어 재팬디스플레이(JDI) 역시 최근 마이크로LED 연구개발을 본격화했다. 이밖에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역시 지난해 아일랜드의 인피니LED(InfiniLED)를 인수한 바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형태로 구현한 마이크로 LED 시제품.

삼성전자 역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마이크로LED를 연구개발해왔지만 대외적으로 시제품이나 관련 기술에 대한 내용을 공개한 적은 없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이렇다할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대만의 플레이나이트라이드 인수에 나선 것도 독자적인 연구개발에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LED는 대형 디스플레이보다 소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초고성능 디스플레이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비교해도 생산성 향상 속도가 빨라 수 년내에 상용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