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으로 고부가 가치 상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도 아닌 공기업 직원들이 수출 대기업 직원들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가 공시한 '2016년 공공 기관 경영 정보'에 따르면 35개 공기업의 지난해 직원 평균 보수는 7905만원이었다. 기본급·수당·성과급·상여금을 모두 합친 액수다. 전년도보다 370만원이 많아 1년 사이 평균 연봉이 4.9% 올랐다. 이 같은 공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기업 정보 업체 CEO스코어가 산출한 민간 대기업 평균 연봉 7400만원(334개 기업 기준)보다 500만원가량 많은 것이다.

공기업 연봉 1위는 한국마사회로 9503만원에 달했다. 마사회는 국내 경마 산업을 독점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고 있지만 직원들 연봉은 현대자동차(9400만원)보다 더 많다.

지난해 마사회의 영업이익은 2040억원이었고, 현대차 영업이익은 5조1935억원이었다. 공기업 연봉 2위는 9268만원을 지급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였다.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판매 대행 업무를 맡는 이 회사는 지난해 15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 부문 개혁으로 방만 경영을 개선했다고 강조해왔지만, 여전히 '신의 직장'들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공기업들은 급여가 좋을 뿐 아니라 직업 안정성도 높다. 35개 공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14.8년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평균인 10년(10대 그룹 계열사 88곳 기준)보다 5년 가까이 길다.

범위를 넓혀 공기업뿐 아니라 공공 기관 332곳의 직원 평균 연봉을 산출하면 1인당 6607만원이었다. 공공 기관에는 자체 수익 사업을 하는 공기업(35곳), 국민연금공단처럼 정부 사업을 위탁받아 집행하는 준정부 기관(89곳), 국책연구기관·국립대병원 등을 묶은 기타 공공 기관(208곳) 등 세 종류로 구분된다.

전체 공공 기관 중에서 직원 보수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예탁결제원(1억918만원)이었고, 한국투자공사(1억712만원)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연봉 수준은 지난해 2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1억700만원)보다 더 많은 것이다.

공기업 연봉 1위인 한국마사회는 전체 공공 기관 중에서는 12위였다. 그 뒤는 기업은행(9415만원), 산업은행(9390만원), 수출입은행(9363만원) 등 국책 은행들(13~15위)이 차지했다.

공공 기관의 복리후생비도 정부의 공공 개혁 드라이브에 의해 잠시 깎였다가 다시 오르고 있다. 공공 기관의 전체 복리후생비 지출 규모는 2013년 9429억원에서 2014년 7475억원으로 축소됐다. 이후 7853억원(2015년), 8026억원(2016년) 순으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공공 기관 전체 정규직 임직원은 29만9000명으로 3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신입사원 2만1016명을 새로 뽑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리기를 실행하면 공공 부문이 너무 비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다소 고통이 있더라도 과다한 급여 지급을 자제하는 등 비용을 절감하는 내실 경영을 해야 국민이 공기업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