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항공, 수송 기계 산업으로 공통점 많아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조선업 인력을 경력직으로 대거 채용하고 있다. 조선업 고급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KAI는 검증된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다.

1일 KAI에 따르면 작년부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STX조선, 한진중공업등 국내 조선사 12개사 출신 159명이 KAI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KAI는 작년에 총 207명의 경력직을 채용했는데, 이 중 35%인 72명이 조선업 인력이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채용한 경력직 124명 중에서 70%인 87명이 조선업 출신이다.

KAI 관계자는 ”조선업 고급인력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마침 개발인력이 필요한 회사 상황과 잘 맞아 떨어졌다”며 “KAI 본사가 있는 사천은 조선소가 많은 울산, 거제, 통영과 가까워 새로 입사한 직원들의 생활환경 변화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항공기동에서 직원들이 국내 자체 개발한 초음속 훈련기 T-50 주위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 조선·항공, 수송 기계 산업으로 개발 생산에 공통점 많아

KAI에 입사한 조선 인력들은 3~6개월간의 재교육을 거친 후 한국형전투기사업(KF-X), 소형 무장헬기 및 소형 민수헬기 통합 개발사업(LAH·LCH), 위성 개발 전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항공과 조선은 수송 기계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를 통해 수송이 이뤄진다는 점, 원거리 수송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항공 용어나 정의가 조선에서 유래된 경우도 있다. 항공기의 속도 단위는 배와 같은 노트(knot·시간당 항해 마일)며 항공기의 방향타는 배의 키를 일컫는 러더(rudder)라 부른다.

KAI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겪었지만, 현재는 주요 개발 사업을 줄줄이 수주하며 국내 최대 방산업체로 매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KAI가 조선업 인력을 흡수하는 것은 회사가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이 필요한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 영향이 크다.

KAI는 지난해부터 한국형 전투기사업(KF-X), 소형 무장헬기 및 소형 민수헬기 통합 개발사업(LAH·LCH), 위성 등 대형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AI는 LCH를 내년 5월, LAH는 내년 10월, KF-X의 경우 2021년까지 시제기 제작 완료를 목표로 두고 있어 개발 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1000여명의 신규채용에서도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의 40%인 4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생산(38%)과 영업·지원(22%)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올해는 4월까지 219명의 개발인력을 신규 채용했다.

하성용 KAI 사장

◆ KAI “검증된 조선 연구개발인력 지속적으로 확보”

KAI는 올해도 개발인력을 100명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현재도 상시 채용 중이다. 모집 분야는 체계종합, 형상설계, 기체구조, 세부계통, 전장 설계, 항공전자, 시험평가, 위성, 운영기술, 전산시스템 등 항공우주 개발 전 분야다. 대상은 수송 기계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항공, 조선, 자동차 개발분야 유사경력 2년 이상자다.

12년의 조선 개발 경력이 있는 김기현 헬기로터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9월 KAI로 옮겨왔다. 그는 “조선업계의 침체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항공우주산업은 고속성장을 이어가며 전망도 밝다”며 “많은 조선 관련 종사자들이 취업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우영 KAI 인사팀장은 “항공과 조선업은 설계, 제어, 체계종합, 시험평가 등 개발과 생산 전 분야에 공통점이 많다”며 “한국형전투기(KF-X)와 소형민수·무장헬기(LCH/LAH) 개발사업 등이 본격화되고 있어 검증된 조선 연구개발 인력을 지속해서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