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초과 달성, 경쟁촉진, 경쟁압력, 앞다퉈 출시, 혁신적 서비스."

이 수식어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사업 현황과 실적을 소개하며 사용된 말들입니다. 언뜻 보면 케이뱅크가 스스로 사업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수식어 같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의 사용 주체는 정부 부처, 금융위원회였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케이뱅크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표현을 쓰며 케이뱅크가 소위 '엄청 잘나가고 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정부 서울종합청사 금융위원회

금융위의 말대로 '케이뱅크가 현재 금융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는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금융위의 설명대로라면 케이뱅크는 출범한 지 한달도 안돼 연간 수신액 목표치의 절반을 달성했습니다. 케이뱅크 계좌개설 고객은 총 24만명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은행권 전체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를 8일 만에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케이뱅크는 23년 만에 새로 출범된 은행입니다. '금융산업 발전'이 기관의 주된 존재 목적인 금융위가 케이뱅크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나 국내 금융사는 발전이 정체돼 있고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데 보수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매달렸던 금융개혁 정책은 이러한 ‘금융산업의 고인 물’을 혁파하겠다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엄연한 민간은행입니다. 민간은행인 케이뱅크에 대한 금융위의 평가는 케이뱅크의 홍보실이 아니냐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금융위는 케이뱅크 '돌풍'을 알리면서 ‘시중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심지어 P2P업체까지 금융시장 전반에 경쟁이 촉발되고 케이뱅크에 대응해 뒤늦게 금리도 내리고 인공지능 서비스도 내놓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는 케이뱅크 점포유지 비용 절감 등을 시중은행 대비 최고 연 0.7% 높은 수신금리 제공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대형은행들도 연 2%대 특판 예·적금 판매를 개시하고 일부 여신에서는 금리도 하향 조정한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케이뱅크에 대응해 점포 축소, 비대면 채널 강화 등의 은행 조직 및 채널을 정비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시중은행이 케이뱅크에 대응해 이러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특판의 경우 고객이탈 방지, 유동성 비율 조정 등 그 이유는 너무나 다양합니다. 점포 축소 역시 수익성 강화를 위해 은행이 이미 10년 전부터 추진하는 경영전략입니다. 인공지능도 전 세계 금융사가 도입해 추진하는 ‘대세’ 전략 중 하나입니다. 금융위가 ‘전 금융업권이 케이뱅크에 대응해 이 같은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 설명이 다소 지나친 이유입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보도자료가 당사자인 케이뱅크까지 낯뜨겁게 만든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출범 한 달도 안된 케이뱅크의 성공을 논하기는 이릅니다. 지금 시점은 연체기록이 잡히지도 않는 시간입니다.

금융권에선 케이뱅크의 성공적인 안착은 최소 2년에서 3년 이후에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케이뱅크가 자산관리를 통해 실질적인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10년 전 미국에서 탄생한 30여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은 현재 절반 이상이 망하고 10개 안팎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이들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 중도 하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케이뱅크에 대한 평가는 케이뱅크 스스로, 경쟁 업체, 금융 소비자의 몫입니다. 민간회사를 무등 태워주고 치켜세워주는 것은 정부기관인 금융위의 역할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이제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조만간 영업을 시작하고, 연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국회통과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금융위의 역할은 이처럼 판을 깔아주는 것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래야만 “차기 정부에서의 금융위에 대한 평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