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실패했다가 다시 창업하는‘재기 창업자’, 대기업 출신 창업자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회사를 차렸다 한 번 실패했던 기업인이 실패를 통해 익힌 노하우를 살려 재기할 수 있도록 기술보증기금이 앞장서서 돕겠습니다."

기술보증기금(기보) 김규옥 이사장은 27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등 정보통신 기술과 다른 산업의 융합)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창업자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으로,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거쳐 올해 1월에 기보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나에 대해 '낙하산' 출신이라고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알고 있고,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열심히 노력해 기보에 변화의 바람이 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기보는 재원 약 2조2000억원을 활용해 기술력이 좋은 기업에 보증을 통한 금융 지원을 해주는 공공기관이다. 올해는 약 20조원의 보증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실패했던 창업자 재창업 돕겠다"

김 이사장은 "2020년까지 창업 보증 공급을 현재 연간 5조원에서 8조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며 대학 내 창업자, 대기업 출신, 재창업 도전자 등 3개 그룹에 대한 창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대학을 창업 기지로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며 "대학 내 창업에도 결국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학 안에서 교수·대학원생 등이 창업을 했을 때는 연대 보증 없이, 30억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보가 보증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보는 이를 위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포항공과대(포스텍) 및 9개 지방 국립대와 함께 앞으로 3년 동안 총 2조1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른바 '재기 창업'(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시 창업하는 기업) 지원 확대 계획도 밝혔다. 김 이사장은 "중소기업청 분석 결과 2015년 한 해 동안 재창업 기업은 5만7000개, 그중에 기술 기반 기업은 5600개였다. 기보가 지난해 지원한 재기 창업 기업이 158개인 것을 감안하면 기술이 좋은 재기 창업자를 위해 조직과 지원 규모를 많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번 실패한 사업자는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기보가 이런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김 이사장은 "복권기금 등 재원을 확보해 5년 동안 총 5000억원의 재창업자금을 지원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약 2500개 업체를 지원해 1만3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 출신 지원 확대… 공사 전환도 추진

기보는 또 대기업 출신 창업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마이스터 기술창업보증'을 올해 신설한다.

김 이사장은 "대기업에 근무한 사람은 전문 기술은 물론 조직 운영 노하우 및 탄탄한 네트워크 등 창업을 위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며 "대기업 재직자는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도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창업 자금 확보 어려움으로 창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의 창업을 지원해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터 기술창업보증'을 통해 기보는 3년 동안 6000억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보증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금융공사' 전환 추진 계획도 밝혔다. 그는 "투자로 창업을 돕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보증·투자를 효율적으로 연계해 운영하기 위해 기술금융공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