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가능성이 없는 미숙아 새끼 양이 비닐백으로 만든 인공 자궁에서 한 달 동안 생명을 유지하며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미숙아 생존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26일 자에 “사람으로 치면 미숙아인 새끼 양을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한 인공 자궁에서 4주 동안 키워 털이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람의 경우 미숙아는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출생 시 체중이 2.5㎏ 이하인 저체중아를 말한다. 국내에서 매년 5만명 가량의 미숙아가 태어나는데 최근엔 고령 출산이 늘면서 미숙아 출생률도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25주차에 태어난 미숙아는 생존율이 80%로 높지만 24주차는 55%, 23주차는 15%로 점점 떨어진다. 23주차 미만 미숙아는 생존 가능성이 ‘0’에 가깝다.

연구진은 사람으로 치면 임신 23주가 된 새끼 양이 몇 주 정도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어미 배 속과 같은 인공 자궁 장치인 ‘바이오 백(biobag)’을 개발했다. 폴리에틸렌 성분의 투명한 비닐백에 따뜻한 물과 소금을 넣어 만든 양수를 채우고 그 안에 새끼 양을 담았다. 양수는 매일 새로 공급했다. 인공 자궁에는 태반이 없기 때문에 대신 탯줄과 연결된 튜브를 통해 외부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했다. 새끼 양의 심장 박동으로 혈액이 튜브를 통해 밖으로 나오면 인공 자궁 밖 기계에서 노폐물을 거르고 산소를 넣어 다시 몸속으로 넣어줬다. 이 튜브에는 각종 영양분이 담긴 수액도 연결돼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자궁은 향후 미숙아들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숙아가 태어나면 인큐베이터에서 키운다. 아기는 환기 장치에서 공급하는 공기를 호흡하는데, 전문가들은 폐가 덜 발달한 상태에서 바로 공기가 몸에 들어오면 몸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다고 한다. 인공 자궁은 공기 호흡 대신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므로 그런 문제가 없다.

연구진은 앞으로 추가 동물실험을 거친 뒤 이르면 3년 안에 사람 미숙아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에밀리 파트리지 박사는 “이번 연구의 목표는 엄마의 자궁을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니라 자궁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23~24주차 미숙아들을 온전히 세상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