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로 판매실적이 악화된 데다, 리콜 조치에 따른 충당금까지 반영돼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 우려가 현실로…현대차, 中 공장 생산차량 판매 전분기대비 '반토막'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4057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0.5% 감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액은 23조3660억원으로 4.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2508억원으로 6.8% 감소했다.

국내와 해외를 합친 1분기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는 108만9600대로 전년동기대비 1.6% 줄었다. 국내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형 그랜저와 올해 3월 선보인 쏘나타 뉴라이즈 등의 신차 효과로 판매량이 0.7% 증가한 16만1657대를 기록했지만, 해외시장 판매는 92만7943대로 2% 감소했다.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의 판매부진으로 1분기 실적이 악화됐다. 사진은 중국 창저우공장에서 중국 판매용 소형차 위에나를 생산하는 모습

중국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이 1분기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1분기 현대차의 중국공장 생산차량의 판매대수는 196만대를 기록해 229만대였던 지난해 1분기보다 14.4% 감소했다. 363만대를 기록했던 전분기에 비해서는 46% 급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을 통해 “중국시장 판매량은 올들어 2월까지 전년동기대비 9%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반한정서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3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 경쟁업체들도 반한감정을 악용한 마케팅에 나서면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단기적인 대응보다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세타Ⅱ 엔진의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결정을 내린 점도 현대차의 1분기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달 초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세타Ⅱ 엔진을 탑재한 차량 147만여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타Ⅱ 엔진 탑재차량의 리콜 결정으로 설정된 충당금 2000억원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리콜이 결정된 현대차의 그랜저HG

◆ 中 제외한 신흥시장 판매는 '선방'…현대차 "SUV 공급 확대할 것"

현대차는 중국시장을 제외한 다른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는 두자릿수 이상 늘었다. 인도공장 생산차량은 1분기에 16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10.2% 증가했다. 러시아공장 생산차량의 판매량은 53만대로 전년동기대비 29.7% 급증했고 브라질공장도 45만대로 20.1% 늘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 등 현지에서 출시한 신차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소형 SUV 크레타

이 밖에 미국 현지 생산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변동없는 9만4000대를 기록했고, 매출액은 1.8% 감소한 2조300억원였다. 체코 현지 생산 판매량은 9만8000대로 8.9% 늘었고 매출액은 1조8250억원으로 3.8%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보호무역주의도 확산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와 해외시장에서 신차 출시를 늘리고, 수요가 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