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2시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있는 와이엠티 본사를 찾았다. 와이엠티 본사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자’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실험실에서 연구에 열중하고 있는 연구원들도 눈길을 끌었다.

대표실에는 온 책장이 개발노트로 빼곡했다. 전성욱 와이엠티 대표이사는 “창업 당시 와이엠티에서 개발자는 나 하나였지만 지금은 10명 이상으로 늘었다. 연구 인력도 마흔명 가까이 된다”고 했다.

◆ 컨테이너에서 쪽잠자며 개발… ‘기술로 승부하자’ 목표

화학소재 전문기업인 와이엠티가 오는 27일 상장한다. 와이엠티는 인쇄회로기판(PCB) 표면처리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업체로 삼성전기, 팍스콘 등 글로벌 PCB 업체를 주로 고객사로 가지고 있다.

전성욱 와이엠티 대표이사 사무실 내 책꽂이. 연구 기록물로 가득 차있다.

전성욱 와이엠티 대표이사는 창업을 하기에 앞서 한국하우톤에서 건설, 철강 표면처리 업무를 했다. 그는 대학교 때는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1994년에는 표면처리 기술사를 따는 등 표면처리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전 대표는 마흔이 넘어 1999년 와이엠티(전 유일재료기술)를 설립했다. 전 대표는 “유일무이한 소재를 만들고 싶었다. 일본산과 독일산이 대부분인 해외소재시장에서 한국 기술로 승부하겠다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와이엠티 설립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유명한 화학약품 제조사가 없었다. 전 대표는 직원 4명과 함께 직접 개발한 상품을 화학약품 대리점형식으로 판매하며 영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만 해도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서 아이디어라도 얻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업이 없어 개발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대표와 직원들은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자면서 화학소재를 개발했다. 도구도 비커 등 조그만 실험장비가 전부였지만 꾸준하게 실험했다. 전 대표는 “지금까지 실험을 한 기간을 따지면 20년도 넘고, 실험 횟수로 따지면 3만번도 넘는다“고 전했다.

◆ 전 재산 털어 자회사 설립… 독자기술로 금융위기도 극복

브랜드 이미지가 확립되지 않았던 초창기, 직접 만든 화학소재를 유통하는 데는 쉽지 않았다. 전 대표는 “아무리 좋은 화학소재를 발명해도 써주는 기업이 없으니 소용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전성욱 대표가 12일 와이엠티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개발한 화학 소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검증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전 대표는 전 재산을 쏟아부어 자회사 와이피티를 설립했다. 일반적으로 1년 이상 걸리는 신뢰성 테스트를 하며 상품을 직접 검증해보기로 한 셈이다.

회사 직원들은 와이피티에서 약품을 살피며 직접 개선할 부분이 무엇인지, 언제 약품을 버려야 하는지 등도 세밀하게 분석했다. 데이터를 하나하나 모으며 신뢰성도 검증했다. 실패확률을 최소화시키니 와이엠티를 믿고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와이엠티는 2007년 소프트 무전해니켈금도금(ENIG)을 발명하며 성장률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전까지는 공정용 화학소재 제품군이나 식각액 탈취제 등 검증 단계가 덜 복잡한 상품만 판매했지만, 이때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프트 ENIG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유명세를 얻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소프트 ENIG로 위기를 넘겼다. 전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은행 대출이 만기 되자 은행에서 당장 갚으라고 해 회사 잔고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신뢰성 테스트를 완료한 뒤 삼성전기 등에 상품을 탑재하며 신용도가 좋아지고 현금 유동성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와이엠티는 일본과 독일이 점유하던 화학소재 시장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발전하며 점차 고객사를 넓혀갔다. 현재는 삼성전기뿐만 아니라 대만, 중국 등 글로벌 PCB제조사에도 상품을 납품하고 있다.

2009년까지 와이엠티의 매출액은 100억원도 넘지 않았지만, 소프트 ENIG를 글로벌업체에 납품한 뒤 급격하게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15년에 비해 8.7% 증가한 499억원, 영업이익은 38.8% 늘어난 11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률은 2014년 8.2%에서 지난해 15.5%까지 상승했으며 부채비율은 231.2%에서 85.4%까지 하락하는 등 재무건전성도 향상됐다.

◆ ‘기술로 인간을 이롭게하자'...공모자금은 설비투자에 활용

와이엠티의 철학은 ‘기술로 인간을 이롭게 하자’다. 와이엠티는 직원을 채용할 때도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을 뽑는다. 절실함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게 회사 이념이다.

전 대표는 “회사 분위기는 협업하는 형태지만, 실제로는 전투형인 사람들이 가득하다”며 “일에 미치면 끝장을 보는 사람들로 구성돼 열기가 높다”고 말했다.

와이엠티는 이번 공모자금을 대부분 설비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공모금을 동박 설비나 반도체용 양산 설비, 실험설비 등에 나눠 투자할 계획”이라며 “기존 사업 분야에 투자하기보다는 양산이 예정된 신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엠티의 공모가는 공모희망밴드(1만6500~1만8500원)을 훨씬 웃도는 2만1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금액은 118억원이다.

전 대표는 “최근 동도금 소재가 바뀌며 표면처리제를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도 최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탑재하며 삼성디스플레이에 대규모 수주를 요청해 매출액이 증가할 것이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15억4300만원

▲주요 주주: 전성욱(41.48%), 전상우(11.67%)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전체 360만2600주 중 37.69%인 135만7727주

▲주관사(하나금융투자)가 보는 투자 위험

-당사의 매출은 특성상 전방산업의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특성이 있음. PCB의 주요 산업은 모바일, 가전, 컴퓨터 등으로 소비재로서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음. 향후 급격한 경기변동이 발생해 개별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냉각될 경우 PCB산업의 침체로 연결되며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음.

-글로벌 PCB산업의 시장규모는 2015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2015~2018년까지 연평균 1.95% 성장률을 기록하며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 예상됨. 글로벌 PCB 시장의 회복세는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 주요제조국이었던 한국, 대만, 일본의 생산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신흥국은 생산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PCB의 글로벌 생산기지 이동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 해외에서 영업활동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영업실적이 악화될 수 있음.

-국내 PCB 산업의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내수부문 매출과 수익 성악화로 영업과 재무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음.

-지난해 7월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국과 중국 간 경제적인 협력관계가 불안정해지고 있는 상황. 향후 양국 간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중국에서의 영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

-PCB 화학 소재의 생산은 기술력이 중요한 경쟁요소. 당사 연구인력이 경쟁사로 이탈하거나 향후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인재를 적절하게 영입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