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1분기에 중국 지역에서만 2조2000억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이 한국 전자산업이 자랑하는 메모리 반도체 앞에서는 무색했던 셈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중국에서만 지난해 같은 기간(1조2515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상승한 2조2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5%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국가가 중국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22% 수준에 불과했고 SK하이닉스의 최대 매출처는 미국이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가 생산되고 있는 클린룸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올해 1분기에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이처럼 높은 매출을 기록한 가장 큰 배경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한국산 D램을 쓸어담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D램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중국 일부 스마트폰 업체가 올초 D램 재고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 없이는 스마트폰, PC, 가전, 서버 등 IT 제품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미국을 넘어서면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 대비 무려 32% 증가한 5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전체 연간 매출의 약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한 셈이다.

지난 2014년 이후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은 해마다 약 1조원씩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모바일 D램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의 신흥 스마트폰 기업에 대한 전략적인 마케팅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화웨이, 오포, 비보가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3개 업체에 모바일 D램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액도 급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 내 메모리 부족 현상은 계속 돼 1분기에 이어 2분기와 하반기에도 중국의 한국산 메모리 '쓸어담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5~6월부터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신제품 출시가 몰리면서 현재 쌓은 재고 수준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의 이같은 매출 상승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매출, 영업이익 모두 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72% 늘어난 6조2895억원, 영업이익은 339% 늘어난 2조4676억원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