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앞으로 왓슨을 자기 회사 직원처럼 생각하게 될 겁니다. 잘 가르치면 출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꾼을 채용하는 셈이죠."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장화진(50) 한국IBM 대표는 "인공지능(AI) 왓슨과 클라우드(가상저장 공간), 사물인터넷(IoT), 해킹 방지 기술인 블록체인 등 신사업 위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AI와 클라우드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한국IBM의 15번째 CEO로 부임했다. 올해는 IBM이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은 해다.

최근 한국IBM의 대표 상품은 인공지능 왓슨이다. 롯데그룹이 왓슨 도입을 진행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에 장착된 수많은 센서에서 감지한 날씨, 비행시간, 엔진 상태 관련 정보를 분석해 항공기 유지보수 시기를 체크하는 '왓슨 익스플로러'를 이용하고 있다.

장화진 한국IBM 대표가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IFC 타워 3동 6층 클라이언트센터에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게 인공지능‘왓슨’로고다.

장 대표는 "현재 대부분의 사람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아무 부담 없이 사용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AI를 일상적인 도구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AI를 교육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면 향후 각 기업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많은 기업이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을 개발하는 지금이야말로 먼 후일을 돌아봤을 때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IBM은 작년 10월 독일 뮌헨에 IoT 본부를 세웠고, 클라우드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전(全) 분야에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구조 전환과 동시에 한국IBM의 매출을 확대하는 것은 그에게 남겨진 숙제다. 지난 2014년 IBM 본사가 PC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한국IBM의 연 매출은 1조원대에서 8000억원대로 감소했다. 그는 그러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매출 감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지난 50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IT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까지 삼성SDS에서 9년 동안 스마트헬스케어 사업팀장, 분석IoT 사업팀장(전무) 등으로 일하며 개발과 영업 분야에서 모두 경험을 쌓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07년부터 삼성에 몸담았다. 지금도 삼성SDS와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 대표는 "영업을 해보면 한국 기업들만큼 까다로운 고객도 없다"면서도 "고객사의 까다로운 요구와 취향을 맞추면서 IBM의 경쟁력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IBM이 진출해 이렇게 빨리 성장한 나라는 한국 외에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지금도 한국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