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에너지 세제를 개편해야 합니다."

2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 미래를 논하다' 토론회에서 탈핵(脫核)과 더불어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미세 먼지였다. 참석자들은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 발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를 위해선 석탄에 주는 감세 혜택을 줄이고 수송용 연료(경유·휘발유)나 LNG(액화천연가스)에 대한 과세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송용 연료는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15%를 차지하지만 세수(稅收)에선 88%를 차지, 종종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박장혁 바른정당 수석전문위원은 "유연탄에 대한 세금이 적어 화력 발전 비용이 낮아지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자력·석탄 발전 원료에 대해 과세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전 원료인 우라늄은 현재 비과세다.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이날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현황 및 개선 방향'이란 기조 발제를 통해 "환경 비용과 사회적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한 '통합 에너지 세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지금 전력 발전 구조에선 전기차 공급을 늘린다 해도 결국 이 전기차에 공급하는 전원(電源)은 석탄 발전이나 원전에서 나오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소비 체계 구축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김제남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고려해 전기 요금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유·가스보다 싼 전기

각 정당 에너지 정책 담당자들은 현 에너지 세제를 합리적인 친환경 세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휘발유나 경유 세금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발전용 유연탄은 세금을 더 거두고 휘발유·경유 등 서민 경제에 필수적인 재화에 대해선 세금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차 에너지원(석유·가스)이 2차 에너지원(전기)보다 비싼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다 보니 "전기를 대량으로 쓰는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에너지 믹스(발전원별 비율·energy mix)가 왜곡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불합리한 세제 구조가 무분별한 산업·상업용 전기 사용량 증대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유류 탄력세 운용 필요"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유가가 오르면 유류세를 인하하고, 안정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유류 탄력세 제도'를 통해 기름 값이 오를 때 고충을 겪는 서민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민 의원은 "국제 유가가 하락할 때 소비자는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유가가 급등할 경우엔 타격을 받는다"며 "유류 탄력 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제남 본부장도 "국제 유가 변동 폭이 클 때 국민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탄력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세 먼지 대책 국제 공조

미세 먼지 대책을 일본·중국과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국과 공동으로 미세 먼지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장혁 바른정당 위원은 "미세 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히 조사를 한 다음 중국발 미세 먼지에 대해선 '한·중·일 환경 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정당들은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 공기업 부실 문제도 제기됐다.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민간 시장 불공정 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알뜰 주유소 사업은 정부 예산 150억원이 투입됐지만 가격 인하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