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일본 생활용품 기업 '유니참'
일찍 해외 진출해 꾸준히 성장… 맞춤형 진출 성공
여성 고용해 사회 진출 늘리고 장기적 수요 창출

다카하라 다카히사 유니참 사장이 집무실에서 유니참 제품을 책상에 올려놓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기저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은 ‘가오(花王)’다. 하지만 시선을 일본 열도 바깥으로 돌리면 일본 2위 기업 ‘유니참’이 눈에 들어온다. 유니참은 2015년 9월 기준으로 아시아 기저귀 시장 점유율 24.8%로 1위, 세계 시장 점유율 10.2%로 3위를 차지했다.

유니참은 1961년 창업한 이후 50여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109억엔(약 7조3892억원), 당기순이익은 441억엔(약 4584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로 매출액은 전년보다 3.8%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8.9% 늘었다.

◆ 성공비결1
빠른 해외 진출… 매출 60% 일본 밖에서 창출
유니참이 해외로 나간 것은 일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가오와의 경쟁을 피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저귀와 여성 생리용품이라는 단순한 제품군으로 성장하려면 아직 품질이 뛰어난 제품이 없는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했다. 유니참은 1984년 대만에 법인을 설립했고, 아시아 시장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990년대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반면 당시 대부분의 일본 기업은 내수 시장과 선진국 시장을 우선시했고,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했다. 가오는 리스크가 큰 해외 진출보다는 일본 시장에 주력했다.

유니참은 아시아를 넘어 중남미(브라질)와 중동·북아프리카(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로도 진출해 총 35개의 해외 현지 법인을 거점으로 80개국에서 기저귀와 여성 생리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결과, 해외 매출액 비중은 2010년 38.5%에서 2015년 61.4%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고 종이 기저귀와 여성 위생용품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매출액은 연평균 23.8%를 기록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전체 직원 1만5500명 중 일본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19.2%에 불과하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1만명에 육박한다.

다카하라 다카히사(高原豪久) 유니참 사장(CEO)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성장 전략에 대해 “중심은 중국과 인도네시아다. 성공 사례인 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도 사업을 확대하겠다. 이미 진출한 브라질과 인도는 이익이 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공비결2
갈아 입히기 쉽고 저렴한 신흥국 제품 개발
유니참은 해외에 진출할 때 시장 규모와 사회 발전 정도, 경쟁 환경을 감안해 진출 지역을 판단했다. 진출하기로 결정했으면 국가별로 생활 습관에 맞춰 해외 사업을 펼쳤다.

그중 하나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하는 기저귀를 현지화한 것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종이 기저귀의 착용감, 피부와의 마찰 정도 등 미세한 느낌을 중시했다. 이 때문에 가격이 높은 고급 제품을 선호한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국에 진출하기 위해 가정에 방문해 조사한 결과, 아이가 서서 갈아입을 수 있어야 더 위생적으로 깔끔했고 또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저렴해야 했다. 유니참은 이런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와 제조 방식을 연구해 제품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팬티 기저귀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전력 사정이 나쁘고 점포 조명이 어두운 인도네시아 시장에선 상품 포장을 노랑색으로 채택했다. 여성 취향인 분홍색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월급이 아닌 1주일 단위로 지급하는 ‘주급’ 형태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들고 있는 현금이 많지 않다. 그래서 소포장 판매 방식을 채택해 호평을 받았다.

◆ 성공비결3
여성 고용해 미래 수요 창출
유니참의 주력 제품인 기저귀와 생리대는 여성이 구매한다. 유니참이 현지에 파고들기 위해 선택한 한 가지 방법은 아시아 신흥국에 설립한 현지 공장에서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생리용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관리직 사원 중 여성은 전체의 24.4%를 차지한다. 신흥국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여성의 사회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인 유니참의 생리대 수요가 늘어난다는 계산이 포함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는 여성만 근무하는 전용 공장이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슬람 율법이 엄격하고 여성의 지위가 낮은 이곳에서 여성 근로자가 서류 작업이나 상품 전달 등 남성과 접촉해야 하는 경우에 대비해 구획을 나누어 세심하게 공장을 설계했다. 유니참은 이 공장은 직원이 늘고 생산 라인이 확충됐으며, 여성 리더가 현장을 이끌면서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 성공비결4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재 육성
2001년부터 유니참을 이끌고 있는 다카하라 사장은 전 직원이 더 적극적으로 일하도록 만들어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는 독특한 경영법을 갖고 있다. 직원 모두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게 만드는 경영법인 '공진(共振)의 경영'이 그것이다.

공진의 경영은 ‘SAPS’가 핵심이다. 유니참 직원들은 매주 ‘행동 계획(schedule), 실행(action), 실적 확인(performance), 다음 주 계획(schedule)’의 사이클에 따라 움직인다. 직원이 1주일 단위로 자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재를 육성하도록 다카하라 사장이 고안해낸 방법이다. 다카하라 사장은 2001년 39세의 나이로 아버지이자 유니참 창업주 다카하라 게이이치로(高原慶一朗)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는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창업자 혼자 이끌어온 유니참을 모든 직원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공진의 경영’으로 변모시키자”라고 했다.

다카하라 사장의 인재관은 “사람은 키워지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성장하는 존재”이다. 사람이 갖고 태어난 능력엔 큰 차이가 없지만, 본인의 노력이나 의식에 따라 어떤 사람은 크게 성장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의지가 있는 인재의 성장을 조직이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성장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스스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이나 방법을 만드는 것”이 조직이라는 것이다. 유니참의 급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공진의 경영’에 따라 성장한 ‘스스로 움직이는’ 인재다.

◆ Plus Point
중국 사업 최근 부진… 트렌드 변화 대응 늦어
유니참은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했지만, 최근엔 오히려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유니참은 중국 종이 기저귀 사업에서 2015년, 2016년 2년 연속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한 원인이다. 일본 업체 가오가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니참과 가오의 승패를 가른 것은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강한 신뢰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부모들은 일본제 기저귀를 “안전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아이에게 입힐 수 있다”고 선호한다. 한때 일본에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산 기저귀를 대량으로 구입해 가기도 했다. 가오는 일본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제품을 그대로 중국에 수출한다. 이와 달리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한 유니참은 중국에 5개의 기저귀 공장을 세워 기저귀를 생산한다. 같은 일본 브랜드 기저귀라도 ‘메이드 인 차이나’보다 ‘메이드 인 재팬’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 때문에 실적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또 최근 중국 부모의 트렌드는 ‘메이드 인 재팬’이면서도 가격이 비싼 고급 기저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변했다. 유니참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응을 잘못했다. 유니참은 중국 시장에서 ‘유니참’이라는 ‘일본 브랜드’보다 기저귀 제품명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채택했다. 상품도 가격이 높은 ‘무니’가 아닌 보급형 제품 ‘마미포코’가 주력이었다. 유통 채널도 대형마트와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이었다. 이 전략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적이었지만, 최근엔 온라인 쇼핑몰 중심으로 중국인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유니참이 흔들리는 원인이 됐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유니참의 기저귀. ‘일본제(日本原裝)’라는 점이 강조돼 있다.

2013년까지 아시아 시장에서 유니참의 영업이익률은 13~15%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에는 6.9%까지 떨어졌다. 중국에서 종이 기저귀 판매가 부진해 재고비용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다카하라 다카히사 사장은 중국 기저귀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2013년쯤부터 시장이 변화할 조짐을 보였는데, 좀 더 빨리 대응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니참은 중국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전략을 변경했다. 후쿠오카(福岡)에 새 기저귀 공장을 짓고 있다. 해외 수출용 공장 신축은 가오보다 4년 늦었다. 2018년에 완공되면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쓰인 고급 기저귀 브랜드 ‘무니’를 중국에 더 많이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또 중국의 영유아가 기저귀를 착용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착용감 좋은 팬티형 기저귀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온라인 쇼핑몰에 마케팅 비용을 적극적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공장은 일부 설비를 일본으로 이관하고, 생산하는 제품을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