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위기를 연구개발(R&D)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이달부터 중국 화학ㆍ전지ㆍ생명과학 등 전 사업 분야에 걸쳐 한국 유학생 중 중국지역 대학교에서 공부한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통하는 기술을 내놓아야 한다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또 중국 지역에 특화한 제품 개발에도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배터리 성능 및 품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LG화학이 중국 전문가 채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각오가 남다르다는 게 내부의 분위기다. 중국 사업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미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을 인증받는데 실패하면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중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의 가동률이 지난해 20%를 밑도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납사 등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기초원료와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기초소재사업부문은 중국 규제당국의 때아닌 시설점검을 받기도 했다.

현재 중국 내 배터리 공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가동률을 60%대로 끌어올렸다. 또 보조금 적용 대상이 아닌 저압 배터리, HEV 배터리, 한국 수출 물량 등을 난징공장에서 생산하며 가동률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판매처도 중국 이외에 유럽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 시장을 대체할만한 시장은 없다는 게 회사 내부의 평가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이달 초 대전 중앙연구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인도가 부상하고 있지만,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중국 시장은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하는 무시 못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현재의 꽉막힌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R&D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부회장은 "결국 기술적으로 남들이 못 쫓아오는 것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이런 각오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500억원 적자를 낸 배터리 부문에서 전년보다 직원수를 7%(370명) 늘렸다. 추가된 인력의 대부분은 R&D 인력이었다.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사업도 지난해 54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직원수는 같은기간 3015명에서 3156명으로 4% 확대했다.

LG화학은 올해 연구·개발(R&D)에 1조원을 투자하고 연구원은 올해 5300명에서 2020년 63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국내 화학업계에서 R&D에만 연간 1조원을 투자하는 기업은 LG화학이 처음이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4%를 넘는다.

LG화학은 중국 전문가 채용에서 고부가가치, 선행개발을 강조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의 중국 전문가 채용 공고에 따르면 모집 분야는 기초소재와 배터리, 바이오 등 크게 3개로 나뉜다. 기초소재 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 신소재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배터리의 경우 셀을 포장하는 팩부터 회로설계, 전지 선행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선발한다. LG화학이 지난해 LG생명과학을 흡수 합병해 새 먹을거리로 키우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서는 신약연구와 의약개발 전문가를 찾는다. 지원자들은 전화 인터뷰를 거쳐 면접에 합격하면 한국 본사 R&D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이번 채용은 중국에 특화한 제품 개발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시장의 규모나 비중이 큰 데다 고객이나 수요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전 세계에 통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