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드론이 날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어른 몸통보다 큰 크기의 드론(Drone·무인 비행기)이 경기장 육상트랙 약 5m 상공에서 ‘위잉’ 소리를 내며 날고 있었다. 드론은 수직으로 오르내리더니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을 하기도 했다. 이후 약 5m가량을 수평으로 이동한 뒤 육상트랙 한쪽에 그려진 정사각형 위 50cm 높이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떠올랐다.

멀찌감치 떨어진 안전펜스 뒤에는 안전모를 쓴 20~50대 3명이 있었다. 이들은 드론 조종자가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 들고 있던 평가지에 점수와 지적사항을 분주하게 적었다. 이날은 드론 조종자 평가원 운영 자격 취득 시험이 치러졌다. 다른 드론 조종자를 평가하는 사람을 뽑는, 최상위 교관 자격시험이다.

신시균 조종자교육원 원장(드론 조종자)은 “드론 조종자마다 자신에게 익숙한 조종 방법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드론 조종자 자격증의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교관들을 평가하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해 국가 차원에서 평가원 자격증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시자인 류래선(29) 무성항공 전북지사 팀장(드론 조종자)도 7년 동안 드론을 조종한 경력을 갖춘 베테랑이었다. 그는 “전국적으로 드론 조종자 수요가 많지만,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라며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을 운영하고 싶어 평가원 자격을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 기업 PwC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드론 서비스 시장 규모는 1273억 달러(약 146조원)였다. 국내에서는 농업 분야에서 한정적으로 활용되던 드론이 최근 소방이나 건설처럼 인력과 시간을 많이 들여야 했던 위험한 작업에도 투입되기 시작했다.

◆ “자격증 취득만으로 월 300만원 이상 취업”...국내 프리랜서는 주로 ‘농업용’

드론 조종자 평가원 자격증 시험은 응시자들이 번갈아가며 드론 조종을 할 때 서로를 평가하고, 이 평가 과정을 다시 국토부가 지정한 평가위원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한 응시자가 드론 이륙 전 점검을 하고 있고(사진 위), 또 다른 응시자가 운용 중인 드론을 보며 평가지를 작성하고 있다(사진 아래).

드론은 원격조종으로 날아다니는 기체를 말한다. 150kg 이상은 무인기라고 부르고, 150kg 미만은 무인장치로 부르는데 흔히 말하는 드론은 150kg 미만의 무인장치다.

일반적으로 지상에서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이들을 드론 조종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확한 명칭은 ‘드론 조종자’이다. 항공 기체를 직접 타고 조종하는 사람을 조종사라고 부르지만, 드론은 직접 기체에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만 해서 ‘조종자’라고 부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산업연구원은 드론 조종자를 향후 유망 직업으로 꼽았고, 한국고용정보원도 드론 조종자가 5년 내 부상할 새로운 직업으로 선정했다.

드론 조종자의 수입은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외국에서는 보통 한번 운용할 때마다 100만~15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으로 따지면 약 1억1000만원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수요에 비해 전문 인력 수가 적어 다른 직업에 비해 임금이 높은 편이다. 신시균 원장은 “드론 조종자 자격증을 취득한 후 국가 기관이나 민간 업체에 취업하면 곧바로 월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상업용 드론 조종은 전문 기술로 보고 있어 드론 조종자의 임금 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드론 조종자가 자격을 갖추면 국가기관에서 드론 운용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 수색·정찰·구조 활동을 주로 한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지역에 드론을 투입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하고 조난자가 발생하면 수색한다. 드론으로 우범지대 감시도 한다. 전문 인력 채용 과정을 거쳐 소방서나 경찰서, 정부 기관 등에 취업할 경우 약 300만~35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프리랜서로도 활동할 수 있다. 주로 농업 분야에서 드론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드론을 통해 농약이나 비료 살포, 파종 등 방제 작업을 한다. 드론을 띄워 항공촬영을 하면서 농작물을 관리하면 사람이 직접 농지를 걸으며 관리하는 것보다 작업 시간을 줄여 효율적이다. 프리랜서 드론 조종자의 경우 드론을 직접 구매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농업용 드론 가격은 한 대당 1500만~6000만원 수준이다.

신시균 원장은 “농약 살포는 늦은 봄에서 여름까지 약 4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작업하는데 숙련자일 경우 단기간에 매일 작업 해 한달 1000~2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많게는 1년에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며 “농지 3.3㎡(1평)당 35원씩 비용을 받는데, 한 번 작업할 때 3만~5만평을 작업하기 때문에 월 5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드론 활용 분야 점차 확대…“드론 조종자 수요도 꾸준히 늘 것”

드론은 공중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시야의 확장(extension of view)’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에는 군사 작전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개발됐지만, 공공분야와 민간사업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크게 넓어지고 있다.

부동산이나 관광·문화재 등 영상물 제작에 드론이 활용되는가 하면, 언론이나 방송의 보도·취재 영역 등에도 드론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배송 업체들이 드론을 활용해 택배 서비스를 하고 있고, 홍수나 지진, 돌풍 등으로 파괴된 보험 시설물 피해를 드론으로 조사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드론을 이용해 스모그를 제거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드론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드론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시장조사기관 야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드론 시장 규모를 16조7500억원으로 추정했다. 2020년엔 25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드론 산업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청에 등록된 드론 관련 특허는 2012년 이전 연간 30여 건 수준이었지만, 2013년 126건, 2014년 149건, 2015년엔 389건으로 늘었다. 국내에 등록된 드론도 2013년 195개에서 2014년 354개, 2015녀 921개, 지난해 2158개로 증가했다. 드론 사업체도 2013년 131개에서 작년 1026개로 약 9배 늘었다.

◆ 드론 조종 국가 자격증 취득해야 상업 활동 가능

12kg 이상의 상업용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국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초경량(무게 150kg 이하) 무인 비행장치 비행자격증을 발급한다.

드론 조종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우선 만 14세 이상이 돼야 한다. 자격이 되면 교관의 지도로 20시간 이상 비행 실습을 해야 한다. 이후 항공법규, 항공기상 등 항공기 운항에 대한 이론교육 20시간을 받아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교육을 모두 이수하면 비행경력증명서 1부, 보통 2종 이상 운전면허 사본 1부 또는 각 지방경찰청에서 지정한 병원에서 발급한 신체검사증명서 등 서류를 갖춰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시험에 응시하면 된다. 학과시험은 항공법규와 항공기상, 비행이론 및 응용 등 세 가지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과목당 100점 만점 기준 7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다. 합격일로부터 2년 동안 유효하다.

실기시험은 학과시험 합격자에 한에 볼 수 있다. 시험장에서는 말로 하는 구술시험과 실제 조종법을 평가하는 실비행시험으로 나뉜다. 실비행시험에서는 비행 전 점검부터 이륙, 공중 동작, 착륙, 비행 후 점검 능력 등을 평가한다. 학과시험 비용은 4만8400원, 실기시험 비용은 7만2600원이다. 학과시험은 한 달에 1~2번, 실기시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행된다.

국내 드론 조종 전문 교육기관 현황

드론 조종자격 취득자 수는 2013년 64명에서 2014년 688명, 2015년 897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1351명까지 늘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1536명이 드론 조종자격을 취득했다. 전국에 11개의 드론 조종 전문교육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전문교육기관을 통한 교육은 3~4주에 걸쳐 진행되고 교육 시간은 60~140시간 정도다. 교육비용은 350~600만원대까지 교육기관별로 다양하다.

드론 조종자 자격증을 취득한 후 1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채우면 초보 드론 조종자를 교육할 수 있는 교관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 드론 조종을 교육하는 교관은 일반 드론 조종자보다 숙련된 기술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하므로 이들을 별도로 교육하는 평가원도 운영되고 있다. 비행시간이 150시간이 넘으면 교관을 교육할 수 있는 평가원 자격증을 딸 수 있고, 드론 조종자 전문 교육 기관에서 드론 조종자 교관을 교육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10여명이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드론 조종자 자격증 취득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지상에서 비행체를 조종하기 때문에 비행조종사와 같은 까다로운 신체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운전면허를 딸 수 있을 정도의 신체 능력만 있다면 드론 조종자에 도전할 만하다.

공간 감각이 뛰어나다면 유리하다. 드론 조종자는 기상 여건이라든가 지형을 파악하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며 조종해야 한다. 주변 상황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주의력이 필요하다. 드론이 고장 나거나 작동 오류로 조작이 되지 않는 등 비상사태에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집중력도 갖춰야 한다.

기계를 만지는 데 익숙하고 기기를 적당히 다룰 수 있으면 청소년이나 중장년층, 여성도 드론 조종자가 될 수 있다. 신 원장은 “학업보다 기술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매달 교육을 받으며 꾸준히 드론 조종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여성 수강생과 전역한 군인 등 중장년층이 제2의 직업으로 드론 조종자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