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물리적인 것들이 더이상 물리적일 필요가 없게 된다면, 이는 참으로 경이로운 것일 것입니다.”

전 세계 10억명 이상 사용하는 페이스북 제국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새로운 시대의 혁명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 회의 ‘F8’에서 증강현실(AR)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 스마트폰 플랫폼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또 ‘뇌파’만으로 대화하는 입력 기기도 개발 중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현실과 가상의 공간 구분이 없는 AR 플랫폼과 혁신적인 대화 도구로 애플, 구글 등을 따돌리고 ‘커뮤니케이션 제국'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18~19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 센터에서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 회의인 ‘F8 2017’를 개최했다.

◆ AR 플랫폼으로 ‘경이로운 세계’ 그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F8에서 AR 플랫폼에 대한 기조연설 중이다.

F8 첫날 기조 연설자였던 저커버그는 AR 카메라, AR 안경을 통해 사물들을 현실에 담아내겠다는 전략을 선보였다. 그는 F8에서 카메라 효과 플랫폼(Camera Effects Platform)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사진 꾸밀 수 있는 ‘프레임 스튜디오'와 AR 기술을 기반으로 마스크 효과 등을 제공하는 ‘AR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것은 지난 3월 공개한 프레임 스튜디오다. 페이스북 카메라와 프로필 사진에 적용 가능한 프레임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온라인 편집기다. 프레임 스튜디오는 미국 10대, 20대에서 큰 인기를 얻은 메신저 앱 스냅챗의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프레임 스튜디오는 시작이며 최종 목적지는 AR 안경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현실과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안경처럼 AR안경을 통해 먼 거리의 친구를 바로 옆에서 만난 것처럼 대화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실 때는 심해를 탐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는 등 VR에도 공을 들여왔다. 마이클 어브래시 오큘러스 VR 선임 연구자는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용자의 시각과 청각을 증강하는 ‘완전 증강현실(full AR)’ 비전 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 투명한 안경 형태의 기기로 가상 이미지를 현실 세계에 투영해 주는 이른바 ‘시스루(see-through)’ 증강현실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에 대해 “저커버그가 스마트폰에 대해 사형집행을 선고했다”고 평가했다.

◆ 뇌파만으로 1분에 100단어 입력하는 기기 개발 중

마이크 슈로퍼(Mike Schroepfer) 최고 기술 책임자(CTO)가 F에서 360도 카메라를 소개하고 있다.

두번째 날 기조연설에 나선 마이크 슈로퍼(Mike Schroepfer) 최고 기술 책임자(CTO)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나의 글로벌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보탬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커넥티비티(connectivity), AI, VR 기술에 꾸준히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VR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서라운드 360 카메라(Surround 360 Camera)’를 공개했다.

또 레지나 듀간(Regina Dugan) 부사장은 인간의 뇌파를 통해 언어를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글에서 일하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미래연구소‘ F8 빌딩' 수장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그는 뇌파만을 이용해 1분당 단어 100개를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스마트폰에 손으로 직접 입력하는 것보다 5배 정도 빠른 속도다. 페이스북은 텔레파시만으로도 대화할 수 있는 장착형(웨어러블) 기계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을 입힌 메신저 서비스를 공개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M'을 탑재한 것이다. M은 이용자의 대화 내용을 분석해 적합한 서비스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스마트 응답(Smart Replies) 기능으로 업무시간, 지도, 연락처 등 자주 받는 질문에 대답도 해준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배달 서비스는 물론 메뉴 추천도 가능하며 결제까지 할 수 있게 변한다.

페이스북은 재해 등 응급 상황으로 인터넷 사용이 어려워진 곳에 즉각 파견돼 무선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소형 헬리콥터 ‘테더테나(Tether-tenna)’도 공개했다.

페이스북 측은 “인터넷 사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면서 “페이스북은 모든 경우에 통용되는 만능 솔루션보다 각각의 실제 환경에 맞춰 각기 다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