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채무 조정도 큰일이었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문제, 기금운용본부 독립성 강화 등 더 큰 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 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하는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영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주도로 작년 12월 제정했지만, 국민연금 도입이 늦어지자 일각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 CIO(최고투자책임자)인 그는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혁신도시의 기금운용본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채무 조정 문제가 일단락돼서 다행"이라며 "서울에서 전주로 이전한 지 50일이 됐는데 1년은 된 것 같다"고 했다. 570조원을 굴리고 있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지난 2월 말 300여 직원이 모두 전주로 옮겼다.

"대우조선 채무 조정 찬성, 고민스러웠다"

그는 지난 17~18일 열렸던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 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에 대해 "1주일간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고심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이 내놓은 채무 조정안을 놓고 막판까지 협상을 벌인 끝에 찬성표를 던졌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9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기금운용본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대우조선 회생안 찬성은 마지막까지 고민한 뒤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결정이 늦어진 데 대해 그는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처지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는 것이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 이사장이 공석이라 이번 결정은 이전보다 더 독립적으로 회생 가능성 등을 따져서 했다"고 했다.

협상 과정에서 느꼈던 답답함도 토로했다. "대우조선 협력사 등 수백 군데가 서명을 받아 와 '대우조선 망하면 다 국민연금 책임'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내부적으론 '우리도 연금 가입자 2000만명 서명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했다.

산은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의사 결정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2월에 내부적으로 자구 계획을 세울 때 우리하고도 대화하고 의견을 구했으면 좋지 않았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우조선 회사채에 왜 투자했느냐는 여론도 있는데,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에 280조원을 투자하고 있고 그중 대우조선은 3900억원"이라고 했다. 그는 "분식 회계에 속은 것이기도 하고, 우리는 백전백승하는 '미다스의 손'이 아니다"며 "야구에선 4할 타자라도 삼진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스튜어드십 도입, 주주권 행사 등의 파장 검토해야"

그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신중한 것은 주주권 행사가 자본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국내 주요 기업 주식을 잔뜩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면 대표이사 등을 일일이 정하다시피 돼버릴 수가 있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참여할 경우엔 이른바 '5%룰'에 따라 주식 대량 취득 사실 등을 시장에 수시로 공개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가 요동칠 수 있다"고도 했다. 현재는 국민연금의 주식 대량 취득은 분기별로 신고하고 있어 일종의 사후 공개라 파장이 작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다시 검토해보자"

그는 국민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기금운용본부 독립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공사화 방안에 대해 "새 정부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서 최선의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국민연금 투자 방향에 대해서는 "63조원(운용 자산의 11.2%) 수준인 대체 투자 비중을 1%포인트 이상 늘려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이 4.7%였는데, 해외 주식(10.6%)과 대체 투자(9.9%) 수익률이 좋았다"며 "대체 투자 중에서도 도로·항만 등 인프라 투자를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