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부채 보유 가구 대상 조사 결과보다 훨씬 높아
이자 내는 데만 가처분소득 4.3% 지출…원금 상환 언감생심

가계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이 지난해 40%를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가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34.6%)보다 5% 이상 높은 수치다. 더구나 부채가 없는 가구까지 포함된 수치라 차이는 더 큰 셈이다.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원금 상환은 언감생심이고, 이자만 근근이 갚아나가는 가계가 많다는 얘기다.

조선비즈는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명목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 주택담보대출 만기 기간별 비율, 가계대출 총량 등 기존에 발표된 거시 자료를 활용해 PGDI 대비 부채원리금상환 비율이 얼마인지 추정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전체 국민계정을 대상으로 계산은 DSR은 발표된 적이 없다. 가계대출의 금리 및 만기가 제각각이라 이를 취합해 총 DSR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금융부채 보유 가구를 대상으로 DSR을 조사한 자료가 전부다. BIS(국제결제은행)가 가계 전체의 DSR을 추산해 발표하긴 하지만, 만기를 18년으로 가정하는 데다 기업, 정부 몫까지 포함된 국민총처분가능소득(GDI)을 소득 지표로 사용한다는 약점이 있다.

이번 추정은 가계신용 가운데 할부금 등이 포함된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을 대상으로 했다. 금리는 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평잔 기준)를 사용했다. 만기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합해 발표하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만기구조 자료에서 구간별 평균 값을 기준으로 가중평균했다. 10년 이상에 대해선 20년으로 산정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42.9%이고, 나머지 기타 대출은 실제로 만기 1년에 대출 연장이 가능한 구조가 많다. 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 및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구조 활용한 것은 DSR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잡겠다는 의도다. 이를 기반으로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할 경우 평균 상환액을 추정했다. 그리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으로 나누어 DSR을 구했다.

계산 결과 2014년 34.0%였던 가계총처분가능소득 대비 DSR은 2016년 40.7%로 급증했다. PGDI 대비 DSR이 급증한 이유는 가계대출 총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자 부담은 PGDI 대비 4.9%에서 4.3%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원금은 PGDI의 121.2%(1025조원)에서 136.8%(1272조원)로 15.4%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DSR보다 높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부채가 있는 가계는 전체 소득의 34.2%를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그 가운데 소득 대비 이자 납부 부담은 6.2%이고 원금 상환 부담은 28.0%다. 앞서 추정한 PGDI 대비 DSR이 부채가 없는 가구까지 모두 포함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가계 전체 수준에서 원금 상환 부담은 더 큰 셈이다.

이같은 추정치에 대해 가계부채 관련 한 당국자는 “상당수 가계가 원금을 소규모로 상환하고 만기를 연장하기 때문에 실제 원리금 부담과 총량 수준의 원리금 부담이 차이가 나게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령 전체 가계 대출의 57%(726조원)인 기타 대출(주택담보대출 외 일반 대출)의 경우 만기 연장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주택담보대출도 새로 대출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실질적인 원금 상환액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만기 3년 이하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2014년 29.9%에서 지난해 34.0%로 늘었다.

일괄적으로 만기를 10년으로 놓고 추정한 PGDI 대비 DSR은 2004년 12.5%에서 지난해 16.2%로 3.7%가량 늘었다. 이렇게 소폭 느는 데 그친 것은 이자율 하락 덕분이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는 연 6.33%에서 3.18%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 때문에 PGDI 대비 이자 상환액은 5.7%에서 4.3%로 감소했다. 대신 원금 상환 부담은 PGDI의 6.7%에서 11.8%로 늘었다.

PGDI 대비 DSR 변화 추이는 이자 부담이 내려가면서 가계 대출이 늘어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늘어난 원금 부담이다. PGDI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004년 90.3%에서 지난해 136.8%로 늘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은 53.5%에서 77.7%로 증가했다. 가계소득 증가가 GDP(국내총생산) 증가에 못 미치는 경향이 굳어지면서 원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진 형국이다. 한은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DSR 비율이 40% 이상이고,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비율(DTA)가 100%를 초과하는 가구의 부채는 2015년 4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62조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금리가 올라갈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금리가 올라갈 경우 은행이 돈 줄을 죄면서 대출 연장에 소극적이 되고 원금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