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의 핵심 키워드는 '유연함'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초에는 미국이 좋았지만, 지금은 유럽을 주목해야 합니다.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고 유로 가치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간 상태입니다."

장호준 SC제일은행 자산관리본부 전무는 “최근 유럽 기업들의 이익이 상승하고 유로 가치도 낮은 편이어서 유럽 시장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선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약해지고 일본이 주도하는 엔화 약세 동력이 많이 소진됐다”며 “투자에 신중하라고 권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 SC제일은행 본점에서 18일 만난 장호준 SC제일은행 자산관리본부 전무는 올해 투자 전략의 키워드로 '피벗(pivot·회전 축)'을 제시하면서 투자의 중심축을 선진국, 그중에서도 유럽에 둘 것을 권했다. '피벗' 전략이란 비교적 중·장기로 투자하는 중심 투자처를 두고, 나머지는 시장 상황의 변화를 보아가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투자 방식을 뜻한다. SC제일은행은 'PB센터'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자산 관리 시스템을 개편해 모든 영업점에 자산 관리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휴일과 밤늦게도 자산 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내 초소형 영업점 '뱅크샵'을 여는 등 자산 관리 서비스의 접점을 최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장 전무는 SC제일은행의 온·오프라인 WM(자산 관리)을 총괄한다.

경기 회복, 기업 이익 상승…"유럽에 주목하라"

―유럽은 올해 선거가 많아 돌발 변수가 많아 보이기도 하는데, 투자해도 괜찮은가.

"프랑스·독일 등 주요국의 선거가 여럿 예정돼 있다는 점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극우·극좌 정당이 정권을 잡아 정치적 불안이 커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많은 표를 얻지 못했고 조만간 진행될 프랑스 대선에서도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 후보가 정권을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 기업들의 1분기 기업 이익이 11% 상승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유럽의 매력도를 높인다. 시장에 다양한 유럽 펀드가 나와 있는데 장기적으로 유로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까지 노리고 싶다면 유로 환노출형 펀드를 사면 된다."

―환 투자와 관련해서는 달러의 향방이 궁금하다. '트럼프 시대'엔 강(强)달러가 대세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달러 가치가 그다지 올라가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고, 트럼프의 과감한 정책들도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100% 단행되지는 않는 모양이라는 의구심이 시장에 일고 있다. 달러 환율이 한때 시장이 예상했던 것처럼 달러당 1300원대까지 가는 급등은 없으리라고 예상한다. 아마도 올해 환율은 지금의 수준(18일 기준 달러당 1142.4원)에서 약간씩 오르내리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낮아 보이는데.

"인도의 경우 통화를 보기 전에 시장을 먼저 보았으면 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2014년) 이후 단행된 여러 경제 개혁 조치들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실제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인도 주식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 인도 루피를 직접 사기보다는, 인도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등 몇몇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낮기는 한데, 이 가치가 '달러 대비'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한국 원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신흥국 통화'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어 비슷하게 가치가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다. '원화 대비'로 보면 환율이 그리 크게 움직이지 않아 투자하기에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달러만큼 헷갈리는 것이 채권 투자인 듯하다. 올해 채권 투자는 괜찮을까.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채권 금리가 일시적으로 많이 올라(채권 가격 하락) 채권 투자에 대한 공포가 다소 확산된 것 같다. 연준이 완만한 속도로나마 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것도 채권에는 악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채권 투자 자체를 포기할 정도의 변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선 신흥국의 달러 표시 채권, 미국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채권) 등이 특히 유망해 보인다. 신흥국 달러 표시 채권은 연 5~6% 정도의 채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동시에 달러라는 비교적 안전한 통화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에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하이일드 채권이 디폴트(지급 불능)할 확률이 낮아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다."

엔화 약세 동력 약화한 일본 투자는 '주의'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내려갔던 원유 가격도 50달러 선으로 올라왔고, 금값도 올해 들어 계속 상승 중이다. 원자재 투자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봐도 되나.

"원유 가격은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리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말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이 15년 만에 감산에 합의했다. 미국의 셰일 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려 원유 가격이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최근 리비아의 일부 유전 생산 중단, 미국의 시리아 공습,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등 유가 상승 요인들이 적지 않다. 예전처럼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연말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정도까지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동안 시들했던 금에 대한 관심도 많이 높아졌는데.

"통화의 성격도 지닌 금은 원유와는 다소 다르다. 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크게 3가지 정도다. 달러 가치, 금리, 물가 상승률이다. 보통 달러 가치와 금리가 오르면 금값은 내려가고, 물가가 상승하면 금값도 따라 올라간다. 글로벌하게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기는 하지만 달러 가치가 많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고 연준이 올해 2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 가격(18일 기준 온스당 1294달러)이 온스당 1300달러 선을 넘기는 어려워 보이고, 당분간 박스권을 오갈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자산이 있을까.

"일본 주식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권하고 싶지 않다. 일본 주식은 보통 달러 대비 엔화 환율과 연동해 오르내린다. 엔화 약세가 일본의 대형 수출주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2011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도하는 경기 부양책) 도입 이후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로 인해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일본 주식도 크게 상승했다. 엔화 약세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2010년대 초반과는 차이가 있다. 과거 엔화 약세의 배경은 일본의 통화정책이었다고 한다면, 올해 초는 달러 강세로 인해 엔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어느 정도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고 일본이 주도하는 엔화 약세 동력이 거의 소진됐다는 점에서 일본 주식 투자엔 신중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