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8의 비밀 병기 될까...삼성 “시간이 필요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 개발이 차질을 빚으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임원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S8에 탑재된 빅스비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NYT)는 18일(현지시간) ‘갤럭시S8’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잠시 기다렸다는 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갤럭시S8에 탑재되는 빅스비가 올 봄 후반(대략 올 5월)까지는 미국에서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이다. NYT는 “빅스비가 서비스되더라도 주요 기능 일부를 당분간 이용할 수 없다”면서 이 역시 갤럭시S8를 기다렸다 살만한 이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빅스비가 갤럭시 시리즈의 새 보배가 될 것인가, 계륵이 될 것인가. 불안한 행보를 보이는 빅스비의 현 상황을 긴급 점검해봤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IM)는 빅스비의 기술 고도화와 최적화를 위해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진짜 빅스비는 올해 말에 나온다?

갤럭시S8은 국내에서 18일 사전 개통을 시작했으며 21일부터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하지만, 빅스비의 일부 기능은 구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빅스비에 대한 기대감은 가라앉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인 폰아레나(Phone Arena)가 독자 1606명을 대상으로 빅스비에 대한 관심도를 질문(Excited about Bixby?)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61%, 991명) “신경 안쓴다(Don’t really care)”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 매체는 갤럭시S 시리즈의 기존 음성 비서 서비스였던 ‘S보이스’에 대한 소비자의 경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빅스비에 대한 기대감도 낮다고 평가했다. 빅스비가 S보이스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삼성전자가 급하게 빅스비를 내놓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 한 개발자는 “사실 외신이 지적한 내용이 정확하게 맞다”며 “현재 갤럭시S8에 탑재된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인공지능 개발업체 비브랩스가 개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빅스비의 진정한 성능은 비브랩스가 개발 중인 생태계 플랫폼이 구축·연동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의 핵심 개발자 3명이 애플을 떠나 2012년 세운 회사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분야 기업을 인수한 것은 비브랩스가 처음이었다.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수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비브랩스의 기술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빅스비를 선보인 것이 실수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분에서 그다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비브랩스가 구상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애플의 ‘시리’와 달리 삼성전자 외의 (서드파티) 개발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빅스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빅스비 관련 제휴업체는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최근 미국 대형 통신사에서 사물인터넷(IoT)사업과 제휴를 담당하던 인물도 영입해, 국내외 제휴 사업모델을 개발 중인 상태”라면서 “개발자들이 앱을 만들 수 있는 빅스비의 개발자도구(SDK)도 5~6월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커넥트로 집안에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제어하는 모습

◆ 빅스비 비전, 사물은 인식하지만 똑똑하지 않다?

빅스비의 음성인식 기능 뿐만 아니라 이미지 인식 기능인 ‘비전’도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비전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보는 사물·이미지·텍스트 등을 인식해 해당 이미지에 맞는 유용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이다. 비전 기능을 사용한 한 네티즌은 “기계 자체는 좋은 것 같은데, 빅스비 비전 기능은 기대하면 안 될 듯하네요”라고 평가했다.

원래 빅스비는 사용자가 잡지에서 본 신발이 마음에 들어 가격을 알고 싶을 때, 사진을 인식하고 해당 쇼핑몰까지 연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번 테스트 해본 결과 이미지를 인식해 닮은 제품을 찾아줄 뿐, 해당 제품이 어느 브랜드이며 어떤 쇼핑몰에 판매하며 가격은 얼마인지 등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비전 기능을 활용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시계를 촬영했는데, 11달러짜리 짝퉁 시계와 동일한 제품이라는 정보가 나왔다.

빅스비 비전을 이용해 신발 이미지, 쇼핑검색을 하는 모습

한 사용자는 갤럭시S8 체험존에 마련된 외국어 메뉴판 번역 기능을 사용해 본 결과를 휴대전화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 사용자에 따르면, 빅스비는 종이나 플라스틱에 인쇄된 것만 인식했고 이 컴퓨터 화면 글자는 인식을 못했다. 또 현장에 비치된 이탈리아어 메뉴판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번역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어3 시계를 촬영하자, 디자인이 비슷한 다른 제품들이 찾아진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빅스비 담당 삼성전자 개발자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빅데이터를 축적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초보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시간이 지나 지식이 축적되면, 더 정확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