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이 엉망진창이에요. 손님이 작년의 30분의 1 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인사동 G식당 주인)

“6개월 동안 매물이 150여개가 쏟아져 나왔는데, 딱 하나 팔았어. 이대로 가면 3년 안에 인사동은 망한다고 보는거지….” (인사동 D공인 중개사)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성지’인 인사동이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상인들은 뚝 떨어진 매출 탓에 ‘죽을 상’이다. 임대료는 하락하고 권리금이 제로인 ‘무권리’ 매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사드(THAAD) 문제로 중국 당국이 단체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금지하자 상권 방문객의 70~80%를 차지하던 중국인들의 발길부터 끊기면서 인사동 상권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또 서울 곳곳에 신흥 상권이 발달하면서 집객 경쟁력이 떨어지고, 전통 문화를 찾는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도 인사동 침체에 한몫했다.

지난 18일 인사동 차 없는 거리.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거리가 한산하다.

지난 18일 오후 찾아간 인사동 일대는 과거처럼 생기 넘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인사동 메인 거리는 그나마 사람이 조금은 모여 있었지만 예전같이 활기가 넘치지는 않았다. 이면거리에 있는 한정식집과 각종 식당에는 손님이 없어 휑한 곳도 많았다.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도 곳곳에 보였다.

인사동에서 전통찻집을 하는 김경미(가명·46)씨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식집을 하는 이모씨는 “손님이 예전보다 반도 넘게 줄었다”고 말했다. 인사동의 랜드마크 ‘쌈지길’의 김선미 아트디렉터는 “쌈지길 분위기도 전과 달라 입점하려는 대기자가 줄었다”며 “그나마 여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권리금이 없는 곳도 많다. 인사동 E공인 관계자는 “최근에 급매로 나온 198㎡짜리 가게는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권리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가지고 있는 매물 중 무권리 물건도 2~3개나 있다”며 “대체적으로1~2년 전보다 점포 권리금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상권 침체 여파로 임대료도 내려갔다. 인사동 I공인 관계자는 “인사동 상권의 불황에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들이 늘었다”며 “1년 전보다 10~15% 정도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사동의 상권 임대료는 1㎡당 4만5900원으로, 전 분기보다 8100원 떨어졌다. 2013년 1분기 2만9000원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5만8000원으로 2배나 올랐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인사동 메인 골목과 이면도로변 상가 점포 앞에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다.

인근 상인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이 상권 침체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인사동에서 고깃집을 하는 박상덕(39)씨는 “상권 방문객의 70~80%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금한령 이후로 사라지면서 지역 상권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길게 봤을 때 인사동 상권의 몰락은 전통문화와 고급 한정식집 등을 찾는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것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정식집 80곳 중 30곳 이상이 폐업했다. 인사동 전통문화 거리를 구성하는 표구·필방·공예·화랑·골동품점 등 5대 업종의 숫자는 업종별로 최대 50%까지 줄었다.

김병옥 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 사무총장은 “경기가 나쁜 탓도 있지만, 전통 문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요즘 젊은이들 중 누가 고미술품이나 골동품을 사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람들이 창피해서 말을 못하는 거지, 수십개가 넘는 상점들이 언제 문을 닫을지 몰라 눈치만 보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