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 특별공급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인기가 많은 강남권 아파트일수록 특별공급 제도 혜택을 보는 이들이 이른바 ‘금수저’ 자녀 등으로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제도는 금수저 자녀거나, 분양권 전매를 노린 부동산업자들이 당첨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특별공급이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 중 무주택자의 주택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분양과의 청약 경쟁 없이 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조건에 맞는 무주택 가구 중 1가구당 평생 1회로 당첨기회가 제한되다 보니 일반분양에 비해 당첨확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청약 통장에 가입된 무주택 저소득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1회에 한해 특별공급하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전용 85㎡ 이하 분양 및 임대주택으로 공급 물량은 10% 이내다.

결혼한지 5년이 안 되고, 5년 안에 출산해 자녀가 있는 부부가 대상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1순위는 혼인기간 3년 이내, 2순위는 3년 초과 5년 이내 부부다.

가장 중요한 소득 기준은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하고, 배우자가 소득이 있으면 120% 이하여야 한다. 지난해 기준 4인 가족 기준 맞벌이인 경우 647만원(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 외벌이는 539만원(월평균 소득)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가족수가 3인 이하인 경우는 맞벌이가 577만원, 외벌이가 481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통상 3.3㎡당 분양가가 3000만~4000만원에 달하는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특별공급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는 대개 소득은 적지만 부모 자산이 많은 금수저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명의를 빌려 당첨을 받았다가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분양권 판매를 노리는 부동산업자들도 많다.

올해 하반기 이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지난해 가을 한 대형 건설사가 강남권에 재건축해 분양한 A아파트의 경우 전체 물량이 적어 신혼부부 특공 물량이 한자릿수에 그쳤다. A아파트 현장소장은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이 막대할 것이란 확신이 있던 곳이라 부동산업자들이 더 많이 청약에 뛰어들었다”면서 “그 분양권도 어차피 금수저 신혼부부가 사들일테고, 당첨자가 실수요자인 경우는 확률적으로 드물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봄에 분양한 또 다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B아파트의 현장 소장은 “명의를 빌린 부동산업자인지, 실수요자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개 부모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받거나 개인 사업자로서 자산이 많은 이들이 당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지역 아파트라도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 자체가 미달이 나는 곳도 많다. 일반 신혼부부들은 소득 기준이 맞더라도 분양가가 비싸 아예 청약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아서다.

지난해 가을 강남권에 분양한 C아파트의 경우 신혼부부 물량 청약 경쟁률이 0.4대 1에 그쳤다. 이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 아파트지만 집값 전망이 다소 엇갈리던 지역이라 특별공급 경쟁률이 저조했다”며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에 육박하는 단지라, 분양가를 감당하고 계약한 특별공급 대상자들은 대부분 금수저 자녀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특별공급 물량을 상담하러 올 때 비싼 명품 옷을 입고 수입차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사 직원으로서도 개인 정보를 다 알아볼 수 없으나, 특별공급이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별공급 취지를 살리려면 분양가에 따라 소득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자산 기준을 추가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바로 특별공급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공급 제도 자체만으로도 정책적 배려의 의미가 있다”며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