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계열사인 A기업은 지난해 창사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주력 상품의 해외 판매가 급증하며 영업이익은 2012년과 비교해 4배나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 기업의 고용 총인원은 7900명에서 7600명으로 300명(4%) 감소했다. A기업 관계자는 "연간 투자액이 3500억원에 이르지만, 고용과 직결된 공장 증설 등은 대부분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국내 투자는 기술·자동 설비 위주"라며 "높은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실적이 좋다고 국내 고용을 늘리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반도체·석유화학 등이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 실적을 올렸으나, 국내 기업의 채용 규모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8일 발표한 100인 이상 기업 258곳 채용 실태를 보면, 올해 기업들의 신규 인력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6.6%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규 인력 채용 증감률은 2015년 -3.6%, 2016년 -4.4%, 2017년 -6.6%로 3년 연속 하락하면서 그 폭은 더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의 전체 고용 규모도 줄고 있다. 국내 매출액 1위인 삼성전자의 고용 인원은 2015년 9만6898이었으나, 지난해에는 9만3200으로 4% 감소했다. 특히 대표적 '양질 일자리'로 꼽히는 10대 그룹 고용도 축소됐다. 18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상장 기업 사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 상장사 87곳 직원은 62만9517명이었다. 2015년 64만4248명보다 2.3%(1만4731명) 줄어든 것이다.

기업들이 채용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경영 악화와 내외 불확실성 등이 꼽혔다. 경총의 '신규 채용 조사'에서 기업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실적 악화'(46.6%)와 '내외 불확실성 증가'(21.2%), '정년 연장에 따른 채용 여력 축소'(14%) 등을 채용을 꺼리는 이유로 꼽았다.

현재 산업 구조를 볼 때, 이런 고용 축소가 단기간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대표 업종은 반도체와 석유 제품이다. 이 업종들은 수조원 이상 투자가 이루어지더라도, 고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장치·기술 산업이다. 반면 고용 규모가 큰 자동차와 조선 등은 고전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우광호 부연구위원은 "정보통신 기술(ICT)을 기반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기존 산업에서 신규 고용이 창출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