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존망 위기에 부닥쳤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대적 쇄신을 추진 중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전체 회비의 50%를 담당하던 4대 그룹이 일제히 탈퇴하면서 재정난이 심해져 조직 내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임원을 11명에서 6명으로 반 토막 낸 데 이어 13일부터는 전 직원을 상대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130여 직원의 절반이 나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임금도 크게 삭감됩니다. 최근 권태신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은 다음 달부터 임금을 40% 삭감하기로 했고, 팀장급 간부는 30% 줄이기로 했습니다. 사원·대리 등 역시 30% 수준의 삭감을 노조와 협의 중입니다.

전경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경제 단체 중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신의 직장'이라고 했습니다. 임직원 평균 임금은 1억원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연 최대 200만원의 의료비와 자녀 대학 등록금 등 학자금, 1년간 해외 유학 지원 등 복리 후생도 최상급이었습니다. 4대 그룹 핵심 계열사 연봉과 복지 수준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경련 직원 중에는 석·박사 학위가 있는 인재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쇄신안에 따라 급여는 중견·중소 기업 직원 수준이 됩니다. 게다가 해외 유학 제도는 이미 폐지됐고, 다른 복리 후생도 곧 폐지·축소될 예정입니다.

더 큰 위기는 이런 쇄신안으로도 회생이 불확실한 처지라는 점입니다. 올해 전경련이 예상하는 회비는 작년(389억원)의 30% 수준인 120억원입니다. 다음 달 총회에서 혁신안을 확정한 뒤 회비를 걷을 예정인데, 이마저도 회원사들이 내줄 지 미지수입니다. 차기 정권의 전경련에 대한 태도가 어떨지도 관건입니다. 전경련회관 임대 수입도 불안합니다. 임대 중인 40층 중 절반을 쓰고 있는 LG CNS 등 LG 계열사들이 내년 초 서울 마곡지구로 이전합니다. 빚을 내 지은 건물이라 연 400억원의 회관 임대 수익은 대부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최근 전경련은 이승철 전 부회장의 퇴직금 20억원도 "줄 돈이 없어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영원한 신의 직장'은 없다는 걸 전경련이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