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돈을 쓴다’라는 표현이 너무 슬프지 않나요? 예전엔 애호가들이 게임사가 만든 세계와 이야기를 즐기는 작품을 ‘사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30대 중반 게임 기획자가 국내 게임 산업 생태계의 흐름을 얘기하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게임을 정말 좋아해 게임업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요즘 ‘뽑기형 아이템’으로 돈 쓰는 걸 부추기는 온라인PC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보라"면서 “돈만 밝히는 게임업계가 결국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 사용자 중에는 한 달에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까지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도한 결제 금액이 문제가 되자, 모바일 게임업계가 자정 노력을 하겠다며 내놓은 것이 뽑기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수준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풍토 때문에 “진짜 게임 개발 실력자들은 중국과 북미·유럽으로 떠난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것이다. ‘오버워치’, ‘리그오브레전드’ 등 해외 게임 개발사가 만든 게임은 계속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게임 자체의 재미로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연임에 성공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 회장의 일성은 ‘규제 완화'다. 그는 “PC 온라인 게임 성인 이용자 월 결제 한도(50만원)를 모바일 게임처럼 자율규제로 바꿔 산업을 활성화하자”고 했다.

그는 “성인 1인당 결제 한도라는 총액 규제는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어떤 산업에도 존재하지 않는 규제”라며 “이는 기업의 창작 의지를 반감시키고, 수익창출과 투자 간 선순환 구조를 왜곡해 신규 온라인게임 및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 장벽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과연 총액 규제를 타파하는 것만이 게임산업을 활성화하는 길일까. 규제 완화를 외치기 전에 사용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사해주고, 감동을 주려 했던 게임 개발자들의 ‘장인 정신’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