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모든 금융권의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오픈 데이터(Open data) 시스템’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사 간에 빅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기업을 육성하고, 고객에게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또 해외처럼 고객이 자신의 개인 정보 공개에 동의하면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 정보를 모아 다른 금융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현행 법상 금융사 간 정보 공유는 물론 금융지주 계열사 내에서도 고객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금지돼 있어 오픈 데이터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4차 산업혁명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최근 회의를 열고 오픈 데이터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오픈데이터를 통해 금융사 간 정보 공유를 허용하자고 금융위에 제안했다.

TF는 금융권 전체 빅데이터를 표준화해 공유하는 방안(Data Sharing and Open Data)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빅데이터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 빅데이터를 제공한 금융사는 이 상품을 자사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식이다. 현재도 시중은행들은 핀테크 기업에게 오픈 응용프래그램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고 있지만,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고객 정보 공유는 소극적이다.

기존 금융사들도 빅데이터를 공유해 고객에게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이 동의하면 금융사 별로 흩어진 고객 개인 정보를 한데 모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자산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TF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성공 여부는 칸막이 없는 빅데이터 공유에 달렸다”며 “핀테크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사들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사 간 정보 공유를 허용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기본적으로 정보 공유를 허용하되 고객에게 거부권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고객이 동의하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일본과 유럽은 단순한 개인정보의 경우 사후에 동의를 얻는 것도 허용한다. 영국 재무부도 2014년 12월 금융권 전체 데이터와 금융전산 프로그램을 표준화해 제공하는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조선일보DB

중국 정부 역시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에서 빅데이터를 집중 육성 대상으로 지정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주고 있다.

문제는 국내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가 많고, 업권별로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현재 온라인상의 개인정보는 정보통신망법을, 신용거래 시 개인정보는 신용정보법을 적용받는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전반에 대한 사항을 다룬다. 개인정보를 포함한 빅데이터로 신사업을 하려고 해도 이 3개 법안에 발목이 잡힌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는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를 금지한 ‘금융지주회사법’도 적용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TF를 통해 오픈데이터 도입을 건의받고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며 “아직 풀어야할 문제가 많고 관련 규제에 대한 검토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TF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금융권 인사는 “현행 개인 정보 관련 규제는 오로지 ‘정보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빅데이터 생산·유통·활용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관련 법을 하나로 통합하고 규제 방식도 네거티브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