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휴대전화 기업인 블랙베리(구 리서치인모션·RIM)의 고향이며 ‘딥러닝(Deep Learning)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토론토대학 교수가 연구를 시작한 곳이 바로 온타리오입니다.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첫 전화회사인 벨(Bell)을 설립한 곳도 온타리오입니다.”

레자 모리디(Reza Moridi) 캐나다 온타리오주 연구혁신과학부 장관이 1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의 AI 혁신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레자 모리디(Reza Moridi) 캐나다 온타리오 주(州) 연구혁신과학부 장관이 최근 방한, 잠재력 높은 한국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복지가 좋은 곳’으로 알려진 온타리오주는 캐나다 전체 GDP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는 경제, 산업 중심지인데, 최근 민관이 함께 온타리오를 ‘제2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고 있다.

모리디 장관의 방한 키워드는 ‘인공지능(AI)’와 스타트업이다. 그는 17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다음 10년 동안 AI는 인터넷의 발명과 비등한 수준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전 세계와 토론토에 위치한 혁신 기업들과 연구 인력들을 끌어모아 AI 분야에서 온타리오를 실리콘밸리에 이어 미래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방한한 모리디 장관은 벤처기업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창업진흥원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음은 레자 모리디 장관과의 일문일답.

― 캐나다 주장관이 직접 각국을 돌아다니며 유망한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것이 흥미롭다.

“캐나다 온타리오는 북미에서 (실리콘밸리 등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에 이어 가장 큰 정보통신기술(ICT) 거점이다. 매년 과학, 수학, 이공계에서 연간 4만명에 달하는 대학교 졸업생이 배출된다. 딥러닝의 창시자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이끄는 '벡터연구소'를 비롯해 온타리오주 토론토 소재의 우수 연구기관과 대학이 많다. 자본 접근성도 훌륭하다. 북미 지역에서 벤처캐피탈 규모로만 보면 토론토가 4위다. 실리콘밸리와 보스톤, 뉴욕에 이어 토론토다. 실제 구글 등 많은 ICT 대기업이 신기술 R&D를 시장에 내놓는 과정에서 상용화하는 작업을 토론토에서 한다. 구글 번역기도 구글 토론토 법인이 주도하고 있다.”

―AI 기업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4차산업혁명의 기폭제를 AI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타리오 주 정부는 지난 5일에는 1091억원 규모의 AI 연구소를 개소하며 글로벌 AI 연구 중심지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이 연구소에는 딥러닝의 창시자이자 권위자인 제프리 힌튼 교수가 수석 자문관으로서 소속돼 있으며 구글, 딜로이트, KPMG 등 30여개 IT 기업들도 참여한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더불어 과학, 수학, 이공계에서 연간 4만명에 달해 한국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최적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보다 온타리오주의 토론토으로 가는 게 나은 이유가 뭔가.

"실리콘밸리보다 오히려 토론토에서 사업을 할 경우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R&D 분야의 파격적인 세제혜택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특허를 비롯한 각종 법적 제도를 알게끔 도와주고 시장에 진출하도록 도와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실리콘밸리보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비용(임대료, 임금 등)이 훨씬 더 적다.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도 크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기업이 R&D에 투자할 때 예를 들어 100달러를 투자할 경우 52~62%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실리콘밸리에 비해 임금은 낮지만) 인재 수준도 훌륭하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상당수 인재들 중 온타리오 출신들이 많다.

또 온타리오주의 경우 복지제도가 튼튼하다. 자녀들이 학교를 무료로 다닐 수 있게 돼 있고 아시다시피 헬스케어 시스템도 무료다. 공공자본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보험을 보장하고 있다. 인재육성, R&D 투자, 신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지역이다."

―많은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지 기업과의 조인트벤처나 파트너십을 위한 경우도 많다.

"온타리오주에는 20만1000개의 IT 기업이 있다. 블랙베리 같은 거대 스마트폰 기업을 비롯해서 구글의 가장 큰 해외 본사 중 하나도 온타리오에 위치하고 있다. IT분야에서 오래된 역사도 갖고 있다.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도 온타리오 출신이다. AI 분야에서도 1960년대 이후 꾸준히 풍부한 에코시스템이 조성되어 왔다."

―한국 벤처 생태계는 중국이나 이스라엘보다 상황이 열악하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해외 판로 개척에 실패해 사라지는 사례도 많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에 우호적인 법적 제도와 자본시장 환경이 받쳐준다면 많은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타리오는 주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이 접근하기 힘든 특허, 제도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본 조달도 지원한다. 한국 기업들 역시 캐나다에서 많은 기회를 갖도록 지원할 예정이며 실제 양국 기업에 조인트 벤처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토론토는 미국으로 가는 관문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과) 협력할 방안이 많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온타리오에는 한국 교민만 10만여명에 달한다. 한국과 캐나다는 생각보다 가까운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