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0년 동안 오늘이 아마존의 '첫날(Day1)'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언제나처럼 1997년에 썼던 편지를 첨부합니다. 오늘도 아마존의 첫날입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 시각) 주주들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지난해 사업 성과와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설명했다. 편지에서 가장 비중 있게 언급한 것은 '첫날 정신'이었다. 베조스는 아마존 주식이 상장된 1997년 주주들에게 보낸 첫 편지에서 '첫날의 다짐'을 했다. '첫날 정신'은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도전한다는 뜻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 클라우드 컴퓨팅(서버 임대 서비스), 드론 무인 택배, 인공지능(AI), 우주 개발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마존 제국'을 건설하는 정신적 기틀이 됐다.

베조스는 이번 편지에서 첫날 정신의 핵심 요소로 고객 중심 사고, 당연하다고 믿는 것에 대한 의심, 외부 트렌드 수용, 신속한 의사결정 등 네 가지 원칙을 꼽았다. 그는 "초심을 잃는 둘째 날(Day2)이 되는 순간 조직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다"고 경고하면서 "인공지능 음성비서 '알렉사'와 무인(無人) 점포 '아마존 고(Go)'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시도를 성공시킨 비결은 첫날 정신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사업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일자리 13만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베조스는 "고객은 멋지고 훌륭한 불만을 늘 제기하는 존재"라면서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생각이 발명을 이끈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십(우대 고객 서비스)을 예로 들며 "고객은 끊임없이 더 좋은 것을 원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면서 "프라임 서비스 역시 어떤 고객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큰 성공을 거둔 서비스"라고 말했다.

베조스는 "회사 규모가 커지더라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스타트업 정신'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며 '아마존 스튜디오' 팀을 예로 들었다. 아마존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 팀에 대해 "내가 보기엔 별로 재미있지도 않고, 제작 과정도 효율적이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일단은 아카데미 트로피 3개와 골든글로브 6개 등을 받는 성과를 냈으니 (팀에게) 전권(全權)을 주고 지켜보겠다. 세계 제일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부서들도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내라는 뜻이다. 그는 빠른 의사 결정을 강조하며 "정보의 70%만 주어져도 과감하게 시도하라. 정보가 90%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다"고도 말했다.

베조스는 편지와 함께 아마존 경영진의 작년 연봉도 공개했다. 좋은 실적을 낸 부서에는 화끈한 보상이 주어졌다. 연봉 1등은 아마존의 웹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성공으로 이끈 앤디 제시 사장으로 3560만달러(약 402억원)를 받았다. 베조스 본인은 기본 연봉 8만1840달러(약 9200만원)를 포함해 모두 168만달러(약 19억원)를 받았다. 세계 2위의 부자인 베조스는 민간우주개발 회사인 블루 오리진의 로켓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 가치의 지분 0.7%를 팔았다. 이 때문에 베조스의 아마존 주식 지분은 17.6%에서 16.9%로 줄었다. 베조스는 내년 블루 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이용한 민간 우주 관광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베조스가 자본금 300달러(약 33만원)로 창업한 아마존은 20년이 지나면서 시가총액 4276억달러(약 483조원)의 세계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360억달러(약 152조7000억원)로 인터넷기업 구글의 1.5배가 넘고, 전 세계 직원 수는 34만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