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세정제를 입에 넣고 1분 정도 헹군다. 이후 준비된 플라스틱 용기에 뱉고 뚜껑을 닫아 흰색 유니폼 차림의 직원에게 건넨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머지않은 미래의 화장품 가게에서 흔히 보게 될 풍경이다. 유전자 검사에 적합한 타액 샘플을 얻기 위해 입안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잔해물을 최대한 제거한 뒤, 추출된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세럼, 로션 등 화장품 제작에 활용한다.

한국화장품이 이달 유전자 검사 기반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 ‘제네르떼’를 선보였다.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피부 상태, 생활 습관을 토대로 화장품을 제조하는 사업이다. 국내 최초로 지난 2008년 12월 ‘피부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화장품의 정보제공방법 및 시스템’ 특허를 등록한 이후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라네즈를, LG생활건강은 올 초 CNP 차앤박을 통해 한국화장품보다 앞서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였지만 아직까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제품 제작·판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두진문 사장은 “소비자에게 맞는 화장품 외에 체질개선을 돕는 식단 등 생활습관을 직접 관리하고 설계하는 프로그램을 점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안테나숍(시험 매장)에서 두진문 퍼스트에버 사업단 사장을 만나 유전자 정보와 화장품의 결합에 대해 들어봤다. 퍼스트에버 사업단은 제네르떼와 함께 출범한 한국화장품의 새 사업부문이다. 세일즈맨 출신 전문 경영인으로 웅진그룹 영업신화를 일궜던 두진문 사장이 총괄을 맡았다.

제네르떼는 어떻게 탄생했나.

“제네르떼는 ‘측정할 수 있으면 관리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다. 사람의 DNA는 99.9%에 가까운 정확도를 갖기 때문에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피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에게 꼭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란 소리다. 한국화장품은 이미 10여년 전에 관련 특허를 등록했고, 줄곧 각 분야 전문기관과 협력해왔다. 제품 개발의 핵심인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을 위해 항노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미래의료재단’과 초정밀 유전자 분석기관 ‘더젠바이오주식회사’를 비롯해 ‘와이디생명과학’, ‘리드림피부과’ 등 관련 업체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다른 화장품 브랜드와 차이점이 있다면.

“제품 설명에 ‘유전자 검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기대치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피부가 개선되기도 해야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해보고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 오랜 기간 준비해서 제품을 출시했는데 소비자들이 써보고 ‘별 거 아니네’해버리면 안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처음부터 강조한게 바로 특허 실명제다. 누구에 의해 제품이 개발됐고 특허를 받았는지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일부 화장품들에서 문제가 발견되면서 특허 출원시 이름을 숨기는 경우가 허다해졌는데, 제네르떼는 다 나와 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제품을 만드니 개발자들의 긍지가 남다르다.”

새 원료도 개발했던데.

“전 제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시알릴락토스36SL™다. 출산 후 1~2주 이내에만 나오는 초유에서 발견되는 희소성분으로, 효소 합성에 성공한 건 국내에서 첫 사례다. 제네르떼에서만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항산화 콤플렉스와 에코세라마이드가 있다.”

제네르떼 제품군.

제조부터 구매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더젠바이오주식회사에 체취한 유전자 샘플을 보낸다. 이후 피부 측정과 생활습관 등을 묻는 질문지 작성을 거친다. 그리고 검사 결과와 현재 피부상태를 분석해 개개인에게 고유 스킨코드를 발급한다. 스킨코드는 총 5가지로 나뉘며, 스킨코드에 맞춰 솔루션, 에센스, 크림 등으로 이루어진 120가지 조합 중 개인에게 가장 맞는 화장품 조합을 제안한다. 제품 구입 후엔 3개월마다 전문 상담가인 진마스터(Gene master)가 방문해 경과를 보고 그에 맞는 관리에 들어간다.”

진마스터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퍼스트에버 사업단이 출범하고 가장 먼저 실시한 제도로, 진마스터는 웅진그룹 사장 시절 도입했던 방문 판매원 ‘코디’와 개념이 비슷하다. 한달에 4번, 총 16시간 ‘제너’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현재 근무 중인 15명의 진마스터들은 대부분 생물학이나 유전자 공학 전공자 및 박사, 교수 출신의 고급 인력으로 구성됐다. 유전자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제품 설명에 있어 소비자들을 납득시키기에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채용이 이뤄졌다. 화장품 마케팅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앞으로도 남들을 따라가지 않고 새로운 걸 많이 해볼 생각이다.”

퍼스트에버 사업단의 앞으로 계획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생명윤리법을 개정하면서 비의료기관에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졌지만, 아직 12개 항목밖에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법규가 풀리는대로 검사할 수 있는 항목이 늘어나면 소비자에게 맞는 화장품 외에도 체질개선을 돕는 식단과 생활습관을 직접 관리하고 설계하는 프로그램도 점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출점 계획이나 목표 매출 등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국내보단 해외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