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하는 국내 음식 배달 앱(응용 프로그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작년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2·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하며 뒤를 바싹 쫓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내놓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미국 1위 차량 공유업체 우버도 연내 한국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외식 배달 대행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들. 배달 서비스가 없던 유명 맛집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지난해 1년 동안 4배 이상 급성장했다(왼쪽). 일본 도쿄에서 영업 중인 우버이츠(UberEats) 배달원이 음식을 꺼내고 있다. 우버는 최근 외식 배달 대행 서비스인 우버이츠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경쟁 격화는 음식 배달 앱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국내에서 치킨·중식·피자 등을 주문·배달하는 전체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 수준이다. 전화 주문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3~4년 새 스마트폰 앱을 통한 거래액이 3조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앱이 전화보다 월등하게 편의성이 뛰어나 앞으로 전체 주문량의 60~70%가 앱 주문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유명 맛집의 메뉴를 고객 대신 찾아가 구매해 배달해주는 외식 배달 대행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배달 앱으로 흑자 전환한 배달의민족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매출 849억원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보다 71%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249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배민은 작년에 9800만건에 달하는 음식 주문을 중개했다. 배민을 통해 이뤄진 연간 거래액 규모는 1조8800억원에 달했다. 현재 앱 배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배민의 전략은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고 광고로 돈을 버는 방식이다. 배민은 2015년 8월 '수수료 제로(0%)' 정책을 발표했다. 음식점들이 배민으로 몰렸고 당시 14만개였던 등록 음식 매장 수가 18만개로 급증했다. 월 500만건이던 주문 건수는 작년 말 1100만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수입은 좀 더 많은 주문을 원하는 음식점들이 내는 광고에서 얻었다.

이 회사는 2015년 외식 배달 대행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내놨다. 음식 배달을 안 하는 고급 레스토랑 공략에도 나선 것이다.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로 음식 배달 시장을 쌍끌이하겠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의 고위 관계자는 "배민라이더스는 지난 1년 동안 월 주문 수가 4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카카오·우버… 속속 뛰어드는 후발 경쟁사

카카오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미국 우버 등 후발 주자들의 도전도 거세다. 세계 음식 배달 1위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 법인 알지피코리아를 통해 '요기요'·'배달통' 2개의 배달 앱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측은 "작년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성장 속도에서는 배민보다 빠르다는 뜻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12년 한국법인 알지피코리아를 통해 배달 앱 '요기요'를 직접 출시했고 2015년에는 배달통을 인수했다. 2년 전에는 외식 배달 대행 서비스인 푸드플라이의 지분 일부를 44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알지피코리아의 강신봉 부사장은 "딜리버리히어로는 전 세계 43개국에 진출해 독일, 터키, 콜롬비아, 쿠웨이트 등 상당수 국가에서 1위에 올랐다"며 "한국에서도 (배민을 꺾고) 1위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선보이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치킨·피자·버거·한식 등을 주문하는 형태다. 카카오는 앞서 작년 7월에 음식 배달 서비스 벤처기업 씨엔티테크에 투자하기도 했다. 4200만명에 달하는 카톡 이용자들을 음식 배달 고객으로 끌어오면 단숨에 시장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도 연내 외식 배달 대행 서비스 '우버이츠(UberEats)'를 시작한다. 현재 서울시에 있는 주요 식당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버이츠는 음식 배달을 하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를 고객 대신에 구매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2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이후 벌써 20개국 50여 도시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9월 일본 도쿄에 진출했을 때는 미슐랭 레스토랑인 템플푸드의 음식을 가정에 배달하며 주목받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대표적인 온·오프라인 연계(online to offline) 서비스인 배달 앱을 하는 배민의 흑자 전환은 이 시장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카카오와 우버의 등장으로 이 시장이 더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