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작년 11월부터 염전(鹽田)에 수중 태양광(太陽光) 모듈을 설치해 소금과 전력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폐염전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든 경우는 있었지만, 염전 소금 생산 기능을 유지하면서 전력까지 생산하려는 건 이번이 처음. 소금과 전력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건 입지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전지에 햇빛을 쪼이면 전지 표면에 전자가 생겨 전류가 흐르는 광전(光電) 효과를 이용해 전기를 얻는다. 태양광 발전은 염전과 마찬가지로 일조량이 많고, 그림자가 없으며 바람이 많은 곳에서 효율이 좋다.

◇수중 발전 효율 지상보다 5% 높아

염전은 해수 염도에 따라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 등으로 나뉜다. 염전용 수중 태양광 발전 모듈은 염전 증발지 수심 5㎝ 지점에 설치된다. 일반적으로 지상에 설치되는 태양광 모듈은 위도 등을 고려해 최적 각도인 33도로 비스듬하게 설치한다. 하지만 염전 바닥에 설치하는 태양광 모듈은 바닥과 평행(0도)하게 설치해 각도 측면에서 지상보다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태양광 모듈은 주변 온도가 1도 정도 올라갈 때마다 발전 효율이 0.5%씩 떨어진다.

태양광 모듈이 수중에 있으면 냉각 효과로 발전 효율이 더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한전 산하 전력연구원 연구전략실 김봉석 선임연구원은 "지상 태양광 발전은 모듈 위에 쌓인 먼지나 눈으로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데, 이는 수중 태양광이 해수 산란으로 입는 광원 손실 정도와 비슷하다"며 "실험 결과 수중 태양광 발전은 지상보다 설치 각도 측면에서 발전 효율이 5% 떨어지지만, 해수 냉각으로 효율이 10% 상승했다. 합치면 수중 태양광 발전 효율이 지상보다 5% 높았다"고 설명했다.

◇열과 흑체복사로 소금 생산량 25% 늘어

전력연구원은 염전용 수중 태양광 발전을 하면 발전 효율뿐만 아니라 소금 생산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염전 증발지 수심은 10~15㎝ 정도 된다. 하지만 염전용 수중 태양광 발전의 경우 수심이 5㎝ 내외라 증발 시간이 줄어들면서 소금 생산 주기가 짧아진다. 또 태양광 모듈이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이 열로 증발 작용이 이전보다 빨라진다. 검정 태양광 모듈로 햇빛의 모든 파장을 흡수하는 흑체복사 효과도 증발 속도를 높인다. 김 연구원은 "증발지 단계에서 기존보다 5일 정도 단축될 것"이라며 "소금 생산량이 25%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과 함께 소금 생산도 자동으로 관리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도 소금 생산성에 기여한다. 기상 센서가 비 내리는 걸 감지하면, 통합운영센터는 수문을 열어 염전 계측 장치로 확인한 고염도 해수를 해주(고염도 해수 보관 장소)로 보내 보관한다. 날씨가 좋아지면 해주에 보관했던 고염도 해수를 다시 증발지로 보낸다.

◇기존 염전 이용… 염해 대응 시스템 갖춰

정부는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태양광 발전 규모를 현재 4.1GW(기가와트)에서 2025년 15GW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약 1억8000만㎡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친환경 발전을 한다는 명분 아래 녹지를 훼손하는 등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염전용 수중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존 염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 부지 확보 부담을 덜 수 있다. 현재 국내 염전 전체 면적은 약 4600만㎡에 달한다. 이 중 증발지 비율은 약 85%로 약 3900만㎡이다. 이 부지에 염전용 수중 태양광 발전 모듈을 모두 설치할 경우 4GW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4호기 규모다.

염해(鹽害) 방지를 위해 태양전지를 둘러싸는 봉지재에는 방염·방수 기능이 강화된 소재가 사용된다. 전력 변환 장치에 사용되는 덮개도 염분에 잘 견디는 소재로 만든다. 접합 부분 등에 사용되는 각종 전자 부품에도 방염 코팅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