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가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오바마 시대와의 종결을 선언하면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망 중립성 원칙 철폐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 원칙은 한쪽만 차별하는 대표적인 오바마식 규제"라고 비판했다.

망 중립성 원칙은 통신업체에서 자사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를 차별하거나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에 이용자가 몰리더라도 통신업체가 유튜브에 대한 이용자의 접속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식이다. 이는 일반 사용자들이 차별 없이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인 망 중립성 원칙 반대론자인 아짓 파이(Pai)를 새로운 FCC(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폐기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파이 위원장은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의 법무 담당 임원 출신이다. 그는 "(망 중립성이 강화된) 2015년부터 생긴 불확실성과 혼란을 끝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라이즌과 같은 통신업체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이 한 푼도 돈을 안 내고 통신망을 공짜로 쓰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차기 통신망 투자 재원 마련이 힘들어진다"고 주장해왔다. 통신망에서 돈을 버는 업체가 망 이용료를 내야, 장기적인 통신 인프라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들은 이통사에 데이터 사용료를 지불하고,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하고 있다"며 "이통사가 인터넷 기업에서도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이런 이통사의 망 이용료에 막혀 시장 진입을 못할 것이란 논리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작년 대선 기간 내내 민주당을 지지해온 실리콘밸리 인터넷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통사들은 트럼프 후보를 지원했었다. 앞선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통사의 고객 개인 정보 보호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친(親)통신업체 행보의 연장선상에 이번 망 중립성 폐기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