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꼭대기를 지배하던 얼음의 제국이 몰락하고 있다. 여름철 북극해의 얼음은 1980년 이래 10년마다 13%씩 줄어들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9월 10일 북극 해빙(海氷)의 면적이 414만㎢로, 2012년 343만㎢에 이어 사상 둘째로 적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가 남하하고 해류의 순환 시스템마저 약해지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2030년에는 아예 북극에서 얼음이 여름철에 사라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여름철 북극 얼음 급격히 감소

얼음 왕국 몰락의 주범은 온실가스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180~280ppm(1ppm은 100만분의 1), 즉 0.018~0.028% 사이였다. 현재보다 평균 기온이 3~4℃ 높고 해수면도 약 6~8m 이상 상승했던 시기(12만5000년~11만5000 년 전)에도 300ppm 내외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소비가 급증하면서 20세기에 300ppm을 넘어섰다. 2013 년 5월 10일 하와이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관측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03 ppm을 기록했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는 수증기와 함께 적외선을 흡수한다. 지구의 복사열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바로 온실효과이다. 북극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0.7도 상승했으나 북극은 두 배 이상 속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북극해는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대부분 반사시키지만, 얼음이 사라지면 태양에너지가 바다에 흡수돼 수온을 상승시킨다. 이로 인해 얼음은 더 빨리 녹는다. 실제로 북극해에서 가장 급격하게 얼음이 녹고 있는 서북극해의 표층 수온이 3~4도 올랐다.

북극해는 7~9월에 녹는다. 10월 초부터는 소금기가 적은 바닷가에서부터 다시 조금씩 얼기 시작해 3월 중순까지 북극해 중앙해역과 북태평양에 인접한 베링해, 오호츠크해까지 얼음이 확대된다. 지난 겨울에 언 일년생 얼음이 여름철에 녹지 않고 살아남아 단단해진 것이 다년빙(多年氷)이다. 과학자들은 쇄빙선으로 북극해를 탐사할 때 선수에 부딪치는 해빙이 경쾌한 쇳소리를 내면 단단한 다년빙이라고 안다. 최근 북극해를 단단하게 지켜주던 다년빙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985년 해빙 중 다년빙이 45%였지만 지난해 22%로 줄었다.

얼음의 두께도 얇아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년 전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살 만큼 햇빛이 잘 들어오는 얇은 얼음은 전체의 3~4%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30%로 급증했다. 생물이 번성하면 좋은 일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위성 관측 결과 그린란드의 얼음은 10년 새 5% 더 어두워졌다. 군데군데 얼음이 녹고 미생물과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지표면은 태양열을 더 많이 받아들여 얼음을 더 빨리 녹인다.

지구의 심장 약해지면서 기상이변 속출

북극해는 5대양 중 가장 작다. 약 1400만㎢로 전 세계 바다 면적의 3%에 그친다. 북극해에 담긴 바닷물의 양은 전 대양 해수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심장과 같이 전 지구의 기후변화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다가 바로 북극해다.

북태평양을 출발한 따뜻한 바닷물은 인도양과 대서양을 거쳐 북극해에 가까워지면서 에너지를 차가운 대기로 방출하고 차가워진다. 물도 증발해 염분도가 증가하고 밀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무거워진 물은 우리나라 다산북극과학기지가 위치한 스발바르군도 서쪽에 위치한 그린란드 앞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다시 방향을 돌려 남쪽으로 향한다.

심층수는 이후 주변 해류와 섞이면서 서서히 따뜻해지다가 다시 북태평양의 표층수가 돼 올라온다. 바닷물이 하나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동하는 시간은 약 1000년이다. 따뜻한 적도의 표층수는 극지방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북극해와 그린란드 바다에서 형성된 차갑고 무거운 심층수는 적도 지방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지난 1만년이 넘게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도로 유지됐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해빙과 그린란드에 쌓여 있는 거대한 빙상(氷床)이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북극해와 북대서양으로 흘러들고 있다. 표층수의 염분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만큼 바닷물의 밀도가 감소해 심해로 가라앉는 바닷물의 양이 줄어든다. 바닷물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약화되면서 지구의 기후가 요동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극해에 햇빛 반사판을 띄우거나 풍력 펌프로 차가운 심층수를 표층으로 끌어올려 얼음이 녹지 않게 막자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지구공학 프로젝트는 무빙워크 위에서 반대 방향으로 걷는 것과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품만 들지 효과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결국 온난화를 막는 방법밖에 없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에 대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낮게 유지하자고 했다. 실패하면 후기 마이오세(1100만~500만년 전) 지구처럼 여름에 얼음이 없는 북극, 심장이 멈춰버린 지구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