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이종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공지능(AI) 기반 도금량 제어자동화 솔루션을 개발, 지난 1월부터 광양제철소에 적용했다. 이 솔루션은 자동차강판 생산의 핵심기술인 용융아연도금(섭씨 450도로 용융시킨 아연 속에 재료를 담가 표면에 아연층을 입히는 것)을 정밀하게 제어해 고가의 아연 낭비를 막고 강판 품질을 개선했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지난해 6월부터 도금량 제어자동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데이터 수집에 착수했다. 이종석 교수팀이 도금량 제어자동화 솔루션에 사용한 AI는 빅데이터 딥러닝 기법을 활용한 자가학습방법으로 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해 사람처럼 반복 학습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포스코는 “해외법인에도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해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용 도금강판 기술력을 선도하고 다른 생산공정에도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이종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팀과 인공지능 기반 도금량 제어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해 광양제철소에 적용했다.

철강, 조선, 전력, 화학 등 전통 산업군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학 협력에서 ‘미래의 해답’을 찾고 있다. 공장의 스마트화, 고객·시장 분석, 에너지 시스템·미래형 소재 개발 등을 위해 기업과 대학이 손을 잡은 것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대용량 데이터), 바이오 등이 유망 분야로 부상하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의 산학 연구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업, 빅데이터 분석 모델 구축…전력회사, 2배 이상 전기 보내는 그래핀 케이블 개발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송민석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조선 분야 빅데이터 전략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선박·해양플랜트 발주 예상 고객군, 시장·공정 분석, 최적화 등을 망라했다. 조선업 빅데이터 전략모델 사이트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한 국내 기업에 무료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송민석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 전략 모델과 실증 사례를 통해 조선해양 기업이 빅데이터 활용 전략을 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1월 아주대, 성균관대 등 6개 기관과 ‘오픈 R&D(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사외에 에너지 신기술 과제를 위탁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3년간 164억원을 투자, 전력망 효율화,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등 에너지 신산업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선정돼 위탁개발로 우선 추진되는 과제에는 아주대가 개발하는 전자파 플라즈마 토치를 활용한 청정발전시스템이 있다. 플라즈마 응용 기술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를 활용해 연료전지형 발전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성균관대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활용한 전력전송용 케이블을 개발한다. 구리 전선과 동일한 굵기지만 2배 이상의 전기를 보낼 수 있다.

◆ 미래 바이오시장 선점 노력…바이오플라스틱·그린바이오 기술 확보

화학 기업들도 미래 바이오 시장 선점을 위해 산학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박오옥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과 기존 플라스틱 페트병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 기반 바이오플라스틱을 지난해 10월 개발했다.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정제돼 나오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고, 열에도 강하다.

박오옥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롯데케미칼과 개발한 식물 기반 바이오플라스틱 개념도.

LG화학은 지난해 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와 연구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5년간 50억원을 투자해 종자, 작물보호제 등 그린 바이오 분야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을 4245억원에 인수해 농화학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화케미칼도 KAIST와 손잡고 미래형 화학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 말 KAIST와 미래기술연구소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고, 차세대 석유화학 물질 제조기술 개발, 에너지 저감형 고순도 정제 공정개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기술 특허는 50대50의 지분으로 KAIST와 한화케미칼이 공동 소유하기로 했다.

민재형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융합과 집단지성이 기본인 만큼 기업과 대학이 서로의 장점을 합쳐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인력 교환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창출하고 창조적 해결방안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