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직원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초조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기존 야(野)권에서 기재부 분리, 경제부총리제 폐지 논의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방안이 공론화됐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가 만든 기재부를 노무현 정부 시절로 되돌려 놓겠다는 얘기다.

물론 보수정권 10년 적폐(積弊)청산 관점에서 기재부를 손 봐야 한다는 야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저 과거로의 회귀로 보인다’는 기재부 내부의 시각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런 ‘의도론'을 떠나 기재부가 효율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구조인지는 이 기회에 짚어봤으면 한다.

기재부는 원래 머리와 손발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출발됐다. 금융정책 수립권을 금융위원회에 넘기는 대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쳤다. 거시경제, 세제, 국제금융 등 정책 기획 기능과 예산편성, 공공기관 개혁 등 실행 기능이 한 부처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같은 부처가 정책을 기획해서 예산 편성까지 책임지면 정책 효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이 기재부를 만들었다.

모든 권한을 집중해 놓고 보니 기재부의 힘은 당연히 막강해졌다. 기재부가 만든 정책에 반기를 드는 부처는 예산을 무기로 협조를 이끌어 냈다. 정부 경제 정책을 조정하는 정책조정국장 자리에 예산실 출신 인사들이 등용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다른 경제부처는 기재부가 시키는 일을 집행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정부 경제정책에 디테일이 사라졌다.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혼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 등 정부 정책이 허술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 출신들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국무조정실,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의 장차관 자리를 독식했다.

반면 머리와 손발을 합치면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은 실현됐을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큰 탈 없이 넘긴 것을 제외하면 기재부가 내세울만한 성과는 많지 않다. 기재부의 정책 패키지는 대부분 성장률 하락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단기부양 정책이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완화한 것은 가계부채 규모를 1300조원 이상으로 부풀려 놓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기재부가 출범할 당시 4%대였던 잠재성장률은 지금은 2%대로 떨어져 있지만, 경제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신통치 않다. 중장기 경제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미래경제전략국이 청년 일자리 대책에 매달리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중장기 경제전략은 현업 부처와 분리된 조직에서 수립하는 나라가 많다. 미국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일본의 총리 직속 경제재정자문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구는 오바마 대통령의 4차 산업혁명 대응안, 아베 총리의 내수 살리기 방안 등을 입안했다. 경기 대응 등 현안을 다루는 현업 부처에 미래 비전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있지만, 지금 조직으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제관련 회의 준비하는 것도 버겁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기재부 개혁의 첫발 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