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인터넷 전문 은행인 케이뱅크(K bank)가 기대 이상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영업 개시 첫날 가입자 2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둘째 날인 4일 가입자가 6만명을 돌파했다.

첫날보다 둘째 날 가입자가 더 늘면서 '100% 온라인 은행'에 대한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2015년 말부터 휴대전화 등을 통한 비(非)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한 달 평균 가입자 수는 1만2000명 정도에 그쳤었다. '금융 혁신의 메기' '뱅크 에브리웨어(bank everywhere·모든 곳에 있는 은행)' 등의 기치를 내걸고 야심 차게 닻을 올린 케이뱅크의 순조로운 출발에 기존 은행권도 바짝 긴장하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인터넷 은행, 이틀 만에 가입자 6만명 돌파

케이뱅크 집계 결과 4일 오후 3시 현재 6만1501명이 계좌를 개설했고, 4123명이 대출을 받아갔다. 최고 3%를 적립해주는 체크카드는 5만3960장이 발급됐다. 케이뱅크는 '지점 운영에 쓸 돈을 아껴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며 예금엔 좀 더 높은 금리(최고 연 2.0%, 시중은행 평균 금리는 연 1.44%)를 주고 신용대출 이자는 덜 받겠다(최저 2.73%)고 강조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출범 첫날에만 100억원을 넘는 예금이 들어오는 등 초기 반응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한 해 동안 4000억원 남짓한 예금이 들어오리라고 예상했는데, 초반 자금 유입 기세가 기대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기존 은행권이 케이뱅크에 적극 대응하는 '케이뱅크 효과'도 감지된다. 저축은행 업계 1위(자산 기준)인 SBI저축은행은 케이뱅크가 출범한 3일 최저 금리를 기존보다 1%포인트 낮춰 연 5.9%를 적용하는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SBI 금리 바빌론'을 출시했다. 우리은행도 이날 오프라인 전용 상품인 '더드림, 키위정기예금'에 신규 가입하면 최고 연 2.1% 금리를 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최대 주주이지만 영업에선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금리가 0.1%포인트 높은 특판 상품을 냈다"고 했다.

◇은행권 '긴장'… 행장들 "디지털 적응 속도 내라"

시중은행 CEO(최고경영자)들도 케이뱅크 등장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 위성호 행장은 3일 창립기념식에서 "고객이 내점하지 않고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고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은행원 역할의 일부분을 대신할 것"이라며 "전통적 금융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대응하라는 주문이다. KB국민은행의 윤종규 행장도 이날 직원 조회 때 "디지털 경쟁자들의 전략은 제대로 서비스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고객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창구 업무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은행이 일단 순조로운 '이륙(離陸)'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제대로 된 성장을 위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인터넷 은행도 여느 은행처럼 BIS 비율(국제결제은행인 BIS의 기준에 따라 산출한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최소 8% 이상 유지 필요)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케이뱅크의 대출이 불어나면 2500억원으로 시작한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자본금 중에 설비 투자 등으로 절반 정도를 이미 쓴 데다 올해 3000억~4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던 대출 액수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조짐이라 케이뱅크는 증자(자본금을 늘리는 것)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계획대로 지분이 8%(의결권 있는 주식 4%)인 KT가 지분을 늘려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하는 첨단 은행'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식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대기업이 은행을 자기 금고처럼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은행에 대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해주지 않고 있어, 정치권 반대가 케이뱅크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