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한남동 독서당로의 뒷골목이 요즘 뜨는 동네로 주목받고 있다.

한남리첸시아와 한남더힐 등 주변 고급주택 단지 수요에 힘입어 객단가가 높은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다. 여기에 ‘디뮤지엄’ 등 전시관과 화랑 10여곳도 들어서면서 최근 젊은층의 발걸음이 늘었다.

◆ ‘한남더힐’ 효과…단독주택·빌라 90% 상가로

독서당로 뒷골목은 원래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곳이다. 10여년 전 단국대가 이곳에 있었을 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저렴한 음식점과 술집 위주의 상권과 원룸촌이 형성돼 있었지만, 학교가 이전한 후엔 동력을 잃고 침체일로를 걸었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독서당로 뒷골목.

이곳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단국대 부지에 고급주택단지인 ‘한남더힐’이 완공되고 입주가 마무리되면서다. 총 600가구의 고급주택 단지 거주자들을 상대로 하는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골목 분위기도 바뀌었다.

이 지역에 있던 오래된 단독주택과 빌라는 대부분 상가로 리모델링되거나 상가건물로 신축됐다. 한남동 오병화 한남공인 대표는 “단독주택과 빌라 등을 합쳐 70여채 정도가 있었는데, 한남더힐이 입주한 이후 이 중 90%가 주택에서 상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독서당로 뒷골목 위치.

브런치 카페 '세컨드키친',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와 '마리또에몰리에', 한우 전문점
'한와담'과 '보바인', 카페 '톨릭스'와 '언더프레셔' 등이 최근 몇 년간 새로 들어선 곳이다. 음식점의 경우 점심 메뉴를 기준으로 해도 1인당 2만~3만원 수준이라 객단가가 높은 편이다.

‘뜨는 동네’가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건물 손바뀜도 잦아지면서 임대료도 많이 올랐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독서당로 이면도로변에 있는 전용면적 66㎡짜리 1층 상가의 경우 보증금 5000만~1억원에 월 임대료가 300만~500만원 정도다. 권리금도 1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한남더힐이 입주를 시작한 시기엔 같은 면적 상가가 보증금 1000만~3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100만원 안팎이었다. 권리금도 2000만~3000만원 정도에 그쳤다.

한남동 하이공인 배철규 공인중개사는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수준이긴 하지만, 상권이 한남더힐과 독서당로 대로변 사이에 있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힘든 ‘항아리 상권’ 입지를 갖추고 있다”며 “가게를 내려고 대기하는 투자자들도 꽤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 전시관 덕에 ‘고급 데이트코스’ 탈바꿈

갤러리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의 방문도 늘었다. 대림산업이 2015년 12월 문을 연 ‘디뮤지엄’을 비롯해 서울옥션이 직영하는 디지털 판화 전문점 ‘프린트베이커리’와 ‘아티초크’, ‘G exhibition’ 등 이 일대에만 10여곳의 전시관과 화랑이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

특히 디뮤지엄이 문을 연 이후엔 이 지역 상권과 결합해 ‘고급 데이트코스’의 하나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다. 한남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 김나희 대표는 “객단가가 높은 지역이라 그런지 가게를 막 시작했던 3년 전 쯤에는 중년층이 주로 방문했었는데, 최근엔 전시관을 찾았다가 음식점에 오는 20~30대 젊은층도 꽤 늘었다”면서 “디뮤지엄 전시가 휴관하는 주말이면 거리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남동 한우전문점 ‘한와담 블랙’ 관계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젊은 커플 손님이 늘어났다”면서 “손님이 꾸준히 느는 추세라 이 지역 3개 지점 중 한 곳은 확장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동 정인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상권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상가가 더 들어설 만한 땅이 주변에 없어 지금처럼 상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독서당로 뒷골목의 단독주택은 3.3㎡당 7000만원을 호가할 정도지만 매물이 없어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