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위메프·티몬·이베이코리아 같은 온라인 쇼핑몰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최저가(最低價) 정책을 앞세워 전면전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은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가격을 낮추고 배송비까지 깎아주고 있고, 대형마트 역시 자신들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최저가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지난 30일 경기 김포에 있는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냉장고에 있는 신선식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왼쪽). 지난 31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서 가격 조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신세계의 온라인몰‘SSG닷컴’과 자사의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온라인 쇼핑 규모가 커지면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대다수의 유통업체가 온라인 매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64조9134억원으로 2015년보다 20.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는 가격이 모두 노출돼 있어 조금만 더 싼 곳이 발견되면 소비자들이 바로 옮겨간다"며 "업체들의 실시간 최저가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골화되는 최저가 경쟁…대놓고 비교하기도

업체들의 경쟁은 믹스 커피·기저귀·분유·여성용 생리대·멸균우유 등 생필품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다. 제품명이 분명해 비교가 쉬운 데다 반복 구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 가격 인하 경쟁은 이마트가 불을 붙였다. 작년 초 이마트는 당시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을 벌인 쿠팡에 맞서 주요 생필품 가격을 매주 목요일마다 조사해 쿠팡보다 더 싸게 파는 '가격의 끝' 이벤트를 시작했다. 예컨대 쿠팡에서 개당 304원인 기저귀 가격을 이마트가 303원으로 내리면, 다시 쿠팡이 1원 더 깎아 302원으로 만드는 식이었다. 이른바 '1원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마트는 올해 2월에도 80여종 생필품 가격을 매주 목요일마다 조사해 전체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싸게 파는 '가격의 끝' 이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장영진 이마트 마케팅담당 상무는 "고객들이 최근 들어 많이 구입하는 상품을 분석해서 그 상품을 최저가 품목에 지속적으로 추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가 대응에 나섰다. 위메프는 지난 17일 위메프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 56종을 조사한 결과, 한 품목을 제외한 55종이 이마트보다 가격이 더 싸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어 28일에는 판매 중인 기저귀 9종 가운데 7종이 마트보다 가격이 낮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주기적인 조사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가 기조 유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용인·김포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도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은 아예 가격 조사 전담팀을 꾸려 주요 상품 200종의 가격을 매일 조사해 판매가를 조정한다. 최근에는 제품 가격 하단에 대형마트 홈플러스 판매가를 동시에 적어 놓고 있다. 하성원 티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형마트는 매장 운영에 드는 유지비나 인건비 때문에 가격을 마냥 낮추기 힘들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이런 부담이 없어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도 PB(자체 브랜드)…묻지마 최저가가 발목 잡을 수도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마트 '노브랜드'와 롯데마트 '온리 프라이스'처럼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자체 브랜드는 중소업체와 직접 제품을 기획·개발하기 때문에 제품 생산과 유통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티몬은 지난 27일 타월·티슈·옷걸이 등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PB '236:)'을 내놓았다. 지금은 8가지에 불과하지만 200종까지 제품 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옥션·G마켓 등 자사 쇼핑몰에서만 저가에 판매하는 단독 기획 상품을 늘려 가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PB 담당자는 "대형마트의 전매특허였던 PB 상품을 온라인 쇼핑몰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부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무리한 가격 인하를 이어가는 측면도 있다"면서 "최저가의 늪에 빠져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되면 소비자들의 신뢰만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